이 기사는 12월 31일 14:4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지주가 롯데글로벌로지스 기업공개(IPO) 결과에 따라 자칫 수천억원을 물어줘야 할 위기에 놓였다. 롯데글로벌로직스 재무적투자자(FI)와 맺은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 계약에 따른 것이다. 공모가격이 풋옵션 행사가보다 낮으면 롯데그룹이 사모펀드(PEF)의 투자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물류 계열사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한국거래소로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지난 27일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내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본격적으로 상장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시장에선 내년 4월 도래하는 롯데글로벌로직스 풋옵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롯데지주는 지난 2017년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2860억원 투자를 받으면서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풋옵션 행사가격보다 낮은 공모가에 IPO를 할 경우 손실을 롯데에서 물어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에이치PE는 롯데글로벌로직스 지분 21.87%를 보유하고 있다. 평균취득단가는 3만7337원. 풋옵션 행사단가는 평균취득단가(3만7337원)에 연 복리 3%를 적용해 계산된다. 내년은 2017년으로부터 8년이 지난 만큼 연 복리를 반영할 경우 풋옵션 행사가격은 4만7298원으로 추정된다. 풋옵션 행사가(4만7298원)를 반영한 상장예정주식수 기준 기업가치는 1조9697억원에 이르게 된다.
시장에서 평가받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가치는 1조원 미만이다. 이 경우 롯데그룹으로서는 지분을 되사기 위해 1500억~2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들여야 한다. 호텔롯데가 지난 9월 분기보고서에 평가한 풋옵션의 공정가치는 303억원 수준이다. 상장 시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손실은 더 늘어난다.
증권업계에서는 상장 시기도 좋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비교기업이자 업계 1위 CJ대한통운의 주가는 연초 12만원대에서 8만원대로 하락해 거래되고 있다. 내수 부진과 택배 단가 하락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내년 4월까지 상장을 마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오는 2월까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상장 절차에 돌입한다면 풋옵션 도래 기한 안에 상장을 마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공모주 시장을 참고해 적절한 몸값을 받을 수 있을 때 상장할 것”이라며 “풋옵션이 발동되는 4월 안에는 상장을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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