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기간에도 '네 탓' 공방한 與野…서로 "가짜뉴스" [정치 인사이드]

입력 2025-01-0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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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로 179명이 사망해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상황에서, 여야는 정쟁을 이어갔다. 참사 대응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인 '예비비' 삭감이 이번 참사 대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양측은 서로 '가짜뉴스'라고 날을 세웠다.

갈등의 시작은 더불어민주당이 2025년도 예산안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비비를 2조4000억원 삭감한 때부터다.

예비비는 재해·재난 대책, 환율 변동 대비 등 예산총칙에서 규정한 목적에 따라 쓰는 목적 예비비와 그 외 임시 용도로 쓰는 일반 예비비로 나뉘는데, 민주당 등 야당은 4조8000억원으로 편성됐던 예비비를 2조4000억원으로 단독 삭감 처리했다. 재해·재난 대책 등에 쓰일 수 있는 목적예비비는 2조6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으로 줄었다.

초유의 야당 단독 예산 삭감으로 갈등을 겪고 있을 때, 항공 참사라는 국가적 재난 사고까지 발생한 것이다.

여권에서는 민주당이 예비비를 삭감해 항공 참사 대책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성회 전 대통령실 비서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연히 책임은 국제항공 노선 오픈을 강행한 전남도와 재난 안전 예비비 예산을 삭감하고, 대통령과 총리는 물론 행안부 장관까지 줄줄이 탄핵해 비상사태에 제대로 된 대응조차 못 하게 한 이재명과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썼다.

그러자 민주당은 30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러한 주장은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우선 행정안전부의 재난대책비 3600억원을 활용할 수 있고, 2조4000억원이 예비비로도 참사 대응에 재정적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이 예산이 부족하더라도, 예산 총칙 제7조에 따라 재해대책 국고채무부담행위로 1조5000억원을 재해재난 대응에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조사 기간이 통상 최하 6개월에서 2년 정도 소요되어 당장 예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러한 입장을 내자 국민의힘도 '민주당이 가짜뉴스'라고 당 차원에서 맞섰다. 국민의힘 '진짜뉴스 발굴단'은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10년간 예비비 비중은 역대 최저이며, 정부 대응 여력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총지출 대비 예비비 규모는 2016년 0.82%, 2017년 0.73%, 2018년 0.7%, 2019년 0.63%, 2020년 1.0%, 2021년 1.6%, 2022년 0.8%, 2023년 0.72%, 2024년 0.64%에서 2025년엔 0.36%로 줄었다. '예비비가 충분하다'는 민주당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민주당이 추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시한 '국고채무부담행위'에 대해선 "외상 채무에 해당하여 정부가 지출이 필요한 계약을 미리 맺고, 지출은 다음 연도 이후 예산에서 계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집행한다"며 "'선공사 후집행' 방식이기 때문에 계약 협의 과정에서 국가의 재정 부담을 증대시킬 수 있어 예비비보다도 매우 이례적으로 집행한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항공 참사 사고 조사 기간에 대해서도 '최하 6개월에서 2년 정도 소요된다'는 민주당을 향해 "이는 가짜뉴스"라며 "이번 사고 종전까지 전남지역 최대 항공기 참사로 68명이 사망한 1993년 7월 26일 아시아나항공 733편 추락사고는 1993년 9월 18일까지 55일간 조사가 이뤄졌으며, 건설교통부 항공국은 9월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재난 재해 대응 예비비 삭감에 따른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항공 참사 사고조사 기간마저 자의적으로 선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민적 애도 분위기에 '쟁쟁을 잠시 멈추자'고 암묵적으로 합의했던 여야가 곧장 정쟁을 시작한 셈이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이런 여야를 싸잡아 비판했다. 허 대표는 BBS 라디오에 나와 "예비비 삭감에 대해 민주당을 강력하게 비판했었다.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며 "안전에 대한 예비비까지 삭감하는 것이 현실적인 거냐는 말씀을 드렸는데, 국민을 위하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장난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예비비 삭감에 문제가 있으면 진짜로 어떻게든 싸울 생각을 해야 하는데, 윤석열을 위해서만 싸우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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