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건드려도 울 것 같지만"…이 악문 제주항공 직원들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입력 2025-01-01 19:52   수정 2025-01-0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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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1월 01일 19:5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항상 마주하던 동료와 승객을 잃었습니다."

무안 여객기 참사 여파에 제주항공 회사 임직원들도 참담한 심정을 호소하고 있다. 제주항공 한 직원은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를 통해 "조금만 건드려도 주저앉아 울 것 같지만 이 악물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승객을 안심시키며 탈출 준비를 했을 내 동료들을 존경한다”며 심정을 전했다.

하지만 나빠진 여론에 제주항공 분위기는 한층 참담해지고 있다. 명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제주항공과 모기업 애경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출범 후 5년 동안 적자행진을 견뎠다. 코로나19로 공중분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여러 번 고비를 넘어선 제주항공이 재차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51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3년에 169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데 이어 2년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제주항공은 하지만 코로나19로 공중분해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다. 이 회사는 2019~2022년에 4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충격이 컸다. 이 기간에 8634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021년 말에 60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는 등 재무구조가 큰 폭 훼손됐다.

하지만 주주들의 지원으로 겨우 고비를 넘겼다. 2020년 1584억원, 2021년 2066억원, 2022년 2173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위기를 넘겼다. 모회사인 AK홀딩스도 제주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수천억원을 지원했다. 직원들은 무직휴급에 들어가거나 회사를 등졌다. 2019년 말 3306명에 달하던 임직원은 2022년 말에는 2833명으로 줄기도 했다. 하지만 애경그룹과 주주들의 자금지원을 바탕으로 2023년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제주항공은 2005년 출범한 때부터 위기를 겪었다. 애경그룹은 항공사를 시작한 뒤부터 5년 동안 적자를 이어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견해도 상당했다. 하지만 2011년 사상 처음 흑자행진을 이어가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이자 항공업계 빅3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참사로 재차 위기를 맞고 있다. 제주항공의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실적·주가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제주항공의 주가·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오면서 애경그룹이 체감하는 재무적 압박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AK홀딩스를 비롯한 애경그룹 계열사는 제주항공 지분을 53.61% 보유 중이다. AK홀딩스 등은 제주항공 지분 40.15%를 금융회사에 담보로 맡기고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주가가 내려가면서 반대매매 우려가 커졌다. 예컨대 AK홀딩스가 KB증권에 제주항공 지분 9.67%로 조달한 500억원의 주택담보대출 계약의 주식 담보유지비율은 180%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종가(7500원)로 산출한 담보 비율은 117%에 불과했다. 주가가 더 내려갈 경우 담보로 지분을 더 넣거나 대출을 상환해야 할 수도 있다.

애경그룹은 현재 유통 계열사인 AK플라자의 부실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AK플라자는 2020년부터 최근까지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9월 말 부채비율은 9722.4%를 기록했다. AK플라자는 사실상 '좀비기업'으로 전락했다. 제주항공 참사까지 겹치면서 애경그룹의 고민이 한층 깊어질 전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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