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저출생과 기업 경쟁력, 다 잡으려면

입력 2024-12-31 18:05   수정 2025-01-01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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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기업 전무인 조카는 신입·경력사원 면접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직장어린이집이 있느냐, (보육 지원) 시스템이 어떻게 되느냐”라고 한다.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아마도 직장어린이집이 근로자 복지를 위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정과 직장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처지이니, 이왕이면 직장어린이집을 잘 갖춘 기업을 선택하겠다는 생각 아닐까.

실제로 직장어린이집 설치 시 근로자의 근무 의욕을 높이고 이직률을 줄이며, 신입·경력 채용에 따르는 경쟁률도 높아진다. 그러나 직장어린이집을 이용하지 못하면 자녀를 보육기관이나 다른 곳에 맡겨야 한다. 육아로 가정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게 되거나, 회사 일을 하다가 자녀를 제때 데리러 가지 못해 자녀가 부모를 초조하게 기다리며 불안감을 가지게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여성은 육아를 전담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경력 단절이 나타날 수 있다.

한국이 당면한 문제 가운데 아주 중요한 것은 저출생이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다. 인구구조 변화와 노동력 부족, 복지 부담 등 다양한 문제와 연결돼 있어서다. 저출생의 강력한 해결책 중 하나가 직장어린이집이다. 부모는 자녀와 같이 출퇴근하므로 이동 동선이 줄고 안심 보육으로 직장 업무에 몰입할 수 있다. 기업은 숙련된 인력의 이탈을 막아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국가·사회적으로도 국민들의 경력 단절을 예방할 수 있다. 직장어린이집은 일종의 마법과도 같은 장치다.

해외 글로벌 기업이 더 적극적이다. 독일의 BMW, 스웨덴의 IKEA, 일본의 도요타·시세이도 같은 기업들도 직장어린이집을 운영한다. 소속 근로자는 일의 만족도와 몰입도가 높고 회사는 인재를 확보하고 붙잡아두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특히 스웨덴은 직장어린이집과 유연근무제 등을 결합하니 출생률이 증가했다는 결과도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있는 국내 기업의 설치율은 지난해 말 기준 93.1% 정도다. 요즘 같은 심각한 저출생 상황에서는 100%가 돼야 한다. 근로자인 부모들은 공동 육아나 유연근무제를 활용할 수 있어서 긍정적인 기업 문화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고, 나아가 기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삼성그룹, LG그룹 등 대기업의 직장어린이집은 보육 프로그램과 보육환경이 아주 좋고 시설도 훌륭해 해외 글로벌 기업의 어린이집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근로자인 학부모와 유아 자녀 모두 만족하고 있어 일과 가정에 전념하는 데 별문제가 없다고 한다. 직장어린이집은 당면한 저출생 문제와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최상의 방안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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