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도 못한 MG손보, 청산으로 치닫나

입력 2024-12-31 17:08   수정 2025-01-01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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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가 선정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실사 작업은 시작조차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로의 매각을 반대하는 MG손보 노동조합이 실사 자료 제공 등 협조를 일절 거부하고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MG손보 매각이 이번에도 불발하면 회사가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노조의 ‘밥그릇 지키기’가 금융소비자 피해와 공적자금 투입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가 지난 9일 MG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를 선정한 뒤 실사 작업은 첫발도 떼지 못했다. 메리츠화재 측은 MG손보에 보유 계약 및 보험부채 현황, 국내외 투자 자산 등의 자료를 요구했지만 MG손보는 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

MG손보 노조가 메리츠화재로의 매각을 결사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 금융회사인 MG손보 매각은 인수합병(M&A)이 아니라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하고 있다. P&A는 M&A와 달리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매각이 성사되면 MG손보 직원은 대거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노조의 방해로 매각이 실패하면 회사가 청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간 MG손보는 세 차례 공개매각에 실패하며 청산 위기 직전까지 몰렸다. 이 회사의 2024년 3분기 말 자본총계는 -184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매 분기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어 인수 매물로서의 매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이번 P&A 방식의 매각마저 실패하면 청산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G손보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금흐름 산출 등 결산을 담당하는 직원마저 연말 회사를 떠났다”며 “이대로면 올 1분기에는 결산조차 못 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금융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가 청산되면 고객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 한도 내에서만 해약환급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2024년 상반기 기준 MG손보가 보유한 보험계약은 약 150만 건에 달한다.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과 예보가 MG손보 계약을 다른 보험사에 이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매각을 위한 공적자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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