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확히 10년 만에 거짓말처럼 디스토피아가 ‘리얼리티’(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기업은 ‘퍼펙트 스톰’에 직면했다. ‘미국으로 들어오라’고 강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는 한국 제조업의 최대 위기 요인이다. 총리까지 탄핵된 정국은 10년 전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다.
싱가포르 초대 총리인 리콴유는 2001년 출간된 저서 <일류국가의 길>에서 한국 정치 문화에 대해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전통적으로 끝까지 투쟁만 하는 경향이 있는 한국 같은 곳에서는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민주주의는 (선거로) 정권을 잡은 측의 권리를 패배한 측이 받아들이는 것이며, 진 쪽이 다음 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참을성 있게 평화적으로 노력하는 풍토에서만 기능을 다한다.” 리콴유는 서구 민주주의를 비판하며 아시아식 통치 모델을 역설한 대표적 정치인이다. 계엄령 직후 중국 학회에 다녀왔다는 한 대학교수는 “한국 정치 상황과 관련해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fragile)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하더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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