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前 한경의 우려보다 더한 현실 닥쳤다

입력 2024-12-31 17:31   수정 2025-01-01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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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은 10년 전 ‘당신의 미래가 두렵지 않습니까’를 주제로 기획 시리즈를 게재했다. 첫 번째 기사의 제목은 ‘저성장, 비효율…미리 본 2024년 한국’이었다. 5만 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국가 신용등급은 강등 위기에 놓였으며 여야 극한 갈등으로 헌정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을 편성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경이 각계 전문가의 전망에 근거해 ‘디스토피아’를 제시한 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정확히 10년 만에 거짓말처럼 디스토피아가 ‘리얼리티’(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기업은 ‘퍼펙트 스톰’에 직면했다. ‘미국으로 들어오라’고 강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는 한국 제조업의 최대 위기 요인이다. 총리까지 탄핵된 정국은 10년 전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는다.

싱가포르 초대 총리인 리콴유는 2001년 출간된 저서 <일류국가의 길>에서 한국 정치 문화에 대해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놨다. “전통적으로 끝까지 투쟁만 하는 경향이 있는 한국 같은 곳에서는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민주주의는 (선거로) 정권을 잡은 측의 권리를 패배한 측이 받아들이는 것이며, 진 쪽이 다음 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참을성 있게 평화적으로 노력하는 풍토에서만 기능을 다한다.” 리콴유는 서구 민주주의를 비판하며 아시아식 통치 모델을 역설한 대표적 정치인이다. 계엄령 직후 중국 학회에 다녀왔다는 한 대학교수는 “한국 정치 상황과 관련해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fragile)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하더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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