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명령 25발' 장전한 트럼프…韓경제 운명, 취임 직후 갈린다

입력 2024-12-31 17:11   수정 2025-01-01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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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오는 1월 20일 낮 12시(현지시간)부터 이르면 72시간 이내에 한국 경제의 운명이 갈릴 전망이다. 취임 직후부터 중국과 멕시코 등 특정 국가에 관세 폭탄을 터뜨리겠다고 예고하는 등 글로벌 통상 및 경제 질서가 격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 1월 취임 직후에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이전 정부의 의료보험 개혁안인 오바마케어 폐지, 각종 환경 규제 철폐 등 주요 공약을 집중 발표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이와 비슷한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1기도 취임 직후에 정책 집중
31일 한국경제신문이 한·미 통상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72시간 이내에 통상·외교, 에너지·환경, 국경·이민, 사회·보건, 규제 완화 등 5개 분야에 걸쳐 25개 정책이 최우선으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외교 분야에서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협상 통보와 이와 별도로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 중국을 겨냥한 관세 폭탄이 우선 발표될 것으로 꼽혔다.

에너지·환경 분야에서는 석유와 가스 채굴 관련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이 우선순위로 거론됐다. 국경·이민 분야에선 출생지 시민권 제도 종료 같은 조치가 취임 72시간 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최우선 순위로 꼽힌 25개 정책 가운데서도 트럼프 당선인이 국경 비상사태 선포와 불법이민자 추방 작전 돌입을 가장 먼저 발표할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가 많았다.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연구원은 “쇼에 능한 정치인답게 취임 직후 국경에서 수만 명의 불법체류자와 외국인 범죄자를 추방하는 장면을 TV로 중계해 지지율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끌어올린 지지율을 발판 삼아 파급력만큼 논란의 여지가 큰 다른 분야의 정책을 쏟아낼 것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정책은 통상·외교 분야에 몰려 있다. ‘트럼프표 통상정책’인 대규모 관세 융단폭격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에 60%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수차례 밝혔고,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선 최근 SNS를 통해 “불법이민자와 펜타닐 마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다자무역체계 마침표 찍나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경제대국이 트럼프 관세 정책을 주시하는 건 중국과 멕시코 등 타깃이 된 국가뿐 아니라 세계 통상질서를 뒤바꿔 놓을 조치이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그동안 한국을 포함한 주요 수출대국의 대미 우회 수출 통로로 활용돼 왔다. 멕시코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면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면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와 전자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멕시코에 함께 진출한 자동차 협력업체들도 원산지 기준이 강화돼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면 한국에 기회라는 점은 대부분 전문가의 견해가 일치했다. 중국산 제품의 미국 수출이 사실상 제한돼 한국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에 최혜국 대우(MFN)를 박탈할 것인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혜국 대우란 한 국가에 부여하는 가장 유리한 무역 조건을 제3국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통상 원칙이다.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서로 최소한의 관세를 부과하는 근거로써 세계화의 계기가 됐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면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2001년 WTO 가입이 계기였다. 그만큼 최혜국 지위를 박탈한다는 것은 기존의 통상질서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사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정영효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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