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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하루 만에 20%가량 급등하며 사상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1월 한파가 예상된다는 기상예보에 매수세가 몰린 영향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가스관을 차단한다는 소식도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이날 미국 헨리허브 천연가스 2월 인도분 선물 가격 종가는 MMbtu(미국 가스 열량 단위)당 3.94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16% 올랐다. 헨리허브 천연가스 선물 거래가 시작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일간 상승률이다. 가스 선물은 이날 오전 전날 대비 24% 급등한 MMbtu당 4.2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는 2023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가스값이 급등한 것은 1월 미국 동부 지역에 한파가 닥칠 것이란 예보가 나오면서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제트 기류가 북극의 찬 공기를 밀어 내리면서 동부와 중부 지역 기온이 평년보다 내려가 1월 중순께 한파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 기상 분석 기업 아큐웨더도 1월 차가운 공기로 한파가 불어닥치고 눈이 많이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인구가 많은 플로리다주에서 메인주 일대와 5대호 주변 지역에 강추위가 불어닥치면 난방용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가스 도소매 기업들이 재고를 채우기 위해 일제히 매수에 나섰다.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털 창업자는 CNBC 방송에서 “기온이 아주 낮은 수준까지 내려가면 가스 생산설비 동결로 천연가스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가스 가격이 고공행진한 것도 미국 가스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부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천연가스를 차단하기로 하면서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한 몰도바를 비롯해 슬로바키아 등 일부 국가가 가스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 유럽 천연가스 벤치마크 가격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는 이날 ㎿h당 48.19유로까지 치솟았다. 연초보다 65%나 오른 수준이다. 미국의 열량 단위로 환산하면 MMBtu당 14.07달러에 달하는 높은 가격이다. 러시아산 가스가 유럽의 가스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가량이다. 북극 저기압의 영향으로 독일, 프랑스, 영국 등도 미국 동부와 마찬가지로 며칠 안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격 오름폭이 더 커졌다.
유럽이 초저온·고압 액화 공정과 해상 운송을 거쳐 가격이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사용을 늘리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LNG 수급 불안 우려도 나온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 저렴한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를 썼지만 지금은 비싼 북해 유전 천연가스와 미국·중동산 LNG를 수입한다. 일본·한국시장(JKM) LNG 가격은 지난달 27일 MMBtu당 14.29달러로 유럽보다 소폭 높았다. 동북아시아 현물 가격(JKM)은 2024년 12월 초에도 MMBtu당 15달러를 넘어섰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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