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80원' 찍었던 날…상승세 꺾인 진짜 이유는

입력 2024-12-31 17:26   수정 2025-01-01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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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원·달러 환율은 개장과 동시에 치솟았다. 1467원50전으로 출발한 환율이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 1480원을 넘어섰다.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될 것이란 전망에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안 심리가 확산했다.

이런 시장 분위기는 점심 전후로 크게 달라졌다. 환율은 오전 11시34분 1486원70전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 전환했다. 오후 들어 상승폭을 줄이더니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출발 당시와 같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27일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급작스레 꺾인 주된 요인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의 대규모 달러 매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는 이날 보유 중이던 11억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일시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전체 달러 거래량(83억달러)의 13%가 넘는 규모다.

‘패닉’(공포) 장세에 질린 시장 참가자들은 당초 정부의 시장 개입 물량이 풀린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일부 전문가는 시장에 달러를 매각하는 방식이 기존과 달라 정부가 아닌 다른 매도 주체가 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예정된 대규모 국내 투자금과 설 연휴 협력사 납품 대금 등에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달러를 대규로모 매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환당국은 현대차그룹 달러 매각이 환율을 끌어내린 단일 변수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27일 환율 급등은 주가 하락으로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외국인이 주식을 팔고 생긴 돈으로 달러를 사는 움직임이 커진 영향”이라며 “달러를 팔려다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달러를 다시 사는 거래도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거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데다 환율이 단기간 너무 뛰었다는 인식이 퍼져 환율이 다시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고환율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달러화 강세 기조에 탄핵 정국 등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친 결과라고 본다. 외환당국은 이런 상황에선 외환 보유액을 활용해 시장에 개입하더라도 환율 안정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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