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대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한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다. 선거 관리가 불합리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허 후보는 31일 보도자료를 내고 내달 8일 치러질 예정인 축구협회 회장 선거 진행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전날 서울중앙지법에 냈다고 밝혔다.
선거가 온라인 방식 없이 오프라인 직접 투표로만 이뤄져 동계 전지훈련에 참가하는 프로축구 지도자·선수들이 선거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데다 규정보다 21명이 적은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등 불합리한 점이 가처분 신청을 낸 주요 이유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투표 일정이 미뤄지는 것은 물론이고 현 회장인 정몽규 후보가 우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선거 판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거로 보인다.
허 후보 측은 이번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지 않을 경우 선거 무효 등을 주장하는 본안 소송을 내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가처분 공판은 선거 이틀 전인 6일로 잡혔다.
허 후보 측은 선거일은 프로구단 지도자와 선수 대부분이 전지훈련으로 해외에 나가 있을 시점이어서 부재자를 위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도 선거인단으로 뽑힌 선수들이 사전투표를 하게 해 달라고 축구협회에 요청하고 나섰다.
프로뿐 아니라 아마추어팀 지도자나 선수들 역시 훈련, 생업을 포기하고 회장 투표를 위해 꼬박 하루를 쓰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가 온라인 투표 도입을 원한다면 중앙선거권리위원회에서 충분히 시스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축구협회 선거운영위는 온라인 투표는 비밀투표 보장이 어렵고, 국내 다른 종목단체와 국제축구연맹(FIFA) 등 상급 국제기구 역시 오프라인 투표를 한다는 이유로 허 후보 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허 후보 캠프 관계자는 "선관위에 알아보니 원래 온라인 투표를 지원하려면 선거일 10일 전에 해야 하지만, 5일 전까지 알려온다고 해도 지원해 줄 수 있다고 한다"며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의 입장 변화를 기대했다.
허 후보는 축구협회 선거운영위가 '동의서 미제출'을 이유로 선거인단 일부를 배제해 선거인단이 규정에서 정한 194명보다 21명 적은 173명으로 꾸려진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허 후보는 "(축구협회 선거운영위는) 아주 중요한 선거인단 명부작성 일정을 공개조차 하지 않은 채 선거인단 추첨을 마쳤다"면서 "(선거인단이 축소된 것은)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불공정 선거로 의심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