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개. 지난해 11월 기준 카카오 계열사 수다. 카카오가 문어발처럼 계열사를 늘린 2021년 말(153개)과 비교하면 33개가 줄었다. 한동안 마구잡이식 사업 확장, 임원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질타받던 카카오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1년 전 ‘CA협의체’라는 이름의 컨트롤타워를 만든 뒤의 변화다.
○새 판 짜기 나선 카카오
1일 업계에 따르면 2일은 카카오가 ‘자율경영 체제’를 철폐하고 CA협의체를 구성한 지 1년이 된다. CA협의체는 카카오그룹 차원의 독립 기구다. 내부 이해관계를 조율 및 통제하는 게 주요 역할이다.
이전까지는 카카오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각 계열사가 자율적으로 움직여왔다. 하지만 회사 덩치가 커지면서 자율경영의 장점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제라도 컨트롤타워를 세워 경영 안정화를 꾀하고 그룹 방향성을 명확히 하겠다는 게 CA협의체를 만든 배경이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은 지난해 1월 2일 CA협의체 설립을 선언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새 판’을 짜기 시작했다. 김 창업자와 정신아 카카오 대표(사진)가 공동의장을 맡고, 13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불러 모아 그룹협의회를 열었다. 2월 첫 회의에선 신규 투자 집행 및 유치, 지분 매각, 거버넌스 변경 등에 대한 프로세스를 강화하기로 했다. 계열사가 최종 의사결정 전에 CA협의체 각 위원회로부터 리스크 검토를 받고, 준법과신뢰위원회 보고를 거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정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카카오의 의사결정 논의 체계가 크게 바뀌었다.
CA협의체 아래엔 △경영쇄신위원회 △전략위원회 △브랜드커뮤니케이션위원회 △ESG위원회 △책임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 특히 전략위원회는 그룹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현안과 투자 등을 검토하는 역할을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김 창업자도 모르는 새 계열사 인수합병(M&A)을 추진하던 과거 의사결정 방식과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조직 개편을 통해 미등기 임원 공시 대상을 ‘사실상 임원’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까지 확대한 것도 CA협의체 출범 후 주요 변화다. 경영 책임감과 도덕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다. 지난해 11월에는 투자 책임감을 높이고 감사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투자 및 감사 관련 준칙’을 정립했다. 투자 논의 때 법무 조직을 필수적으로 참여시키고, 이해 상충 방지 원칙을 구체화해 투자 과정의 윤리성을 담보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조직 정비…올해 AI 사업 집중
카카오가 문어발 확장을 멈춘 것도 CA협의체가 중심을 잡아서다. CA협의체는 정기회의 때마다 불필요한 계열사가 없는지 점검하며 사업 구조를 재편했다.이 조직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핵심 사업을 세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그룹 차원의 핵심 사업은 △인공지능(AI)·헬스케어 중심 미래성장동력 △지식재산(IP)·정보기술(IT) 결합 글로벌 문화 생태계 △일상 혁신을 위한 디지털 전환이다. 카카오 기업집단 전체에서 3대 카테고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87%에 이른다. 카카오 측은 핵심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계열사 시너지 확대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다만 1년 새 크게 낮아진 주가는 고민거리다. 지난해 12월 30일 종가 3만8200원은 같은 해 1월 2일(5만7900원)과 비교하면 34% 떨어진 수준이다. 일각에선 카카오가 신성장동력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카카오는 새해 중요 사업 과제로 AI 서비스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AI 비서 ‘카나나’를 출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전 국민 AI 생활화’를 이끌 서비스를 순차 공개한다는 목표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나나 외에도 카카오톡 내 AI를 접목한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와 기능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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