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해 1억5000만원을 넘어서면서 한 해 동안 163.8% 상승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10만8249달러까지 치솟는 등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덩달아 이더리움(70.3%), 리플(293.2%), BNB(119.6%), 솔라나(88.4%), 도지코인(252.4%) 등 주요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암호화폐)도 상승폭이 가팔랐다.
비트코인이 지난해 폭발적 상승세를 보인 것은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되면서다. 기관투자가의 투자가 확대되면서 비트코인 시장에 자금 유입이 크게 늘어났다.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도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암호화폐 시장을 관할하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수장에 친(親)암호화폐론자인 폴 앳킨스 전 SEC 위원을 지명했다. 현재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간주하는 등 시장에서는 반(反)암호화폐론자로 꼽힌다. 트럼프 당선인이 앳킨스 전 위원을 차기 SEC 위원장으로 지명하자 시장은 환호하기도 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은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고 공약했다.
러시아도 최근 자국 기업의 무역대금 결제에 비트코인 사용을 허용했다. 달러 패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서방국 금융 제재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을 두고 미국과 러시아 간 패권 다툼이 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심한 만큼 외부 악재에 크게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유념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비트코인 친화 정책을 펼치겠다고 예고했지만, 행정부 안팎의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비트코인 가격이 출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달 18일 “Fed는 비트코인을 소유할 수 없다”고 밝히자 비트코인은 10만달러 선이 무너졌다.
최근에는 구글이 양자컴퓨터 ‘윌로’를 발표하면서 비트코인이 타격을 받았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암호화 방식을 무력화할 수 있는 강력한 연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의 암호화를 해독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시장에서는 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에 직접적 보안 위협을 가할 정도의 수준까지 도달하려면 10~20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8일 미국 대선 이후 세계 1위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 발행액은 1200억달러에서 1400억달러로 16.7%가량 증가했다. 최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데 테더 발행액도 1380억달러대로 내려왔다.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비트코인 도미넌스도 암호화폐 가격 방향을 예상할 수 있게 하는 지표다. 2021년 비트코인이 최고가를 경신했을 때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43.9%였다. 비트코인이 오른 이후 알트코인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40%대로 내려간 것이다. 현재 비트코인 도미넌스는 55.8% 수준이다.
국내와 해외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김치 프리미엄도 비트코인 시장에서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과거 상승장 때는 김치 프리미엄이 50%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만큼 국내 시장에서 비트코인이 비쌌다는 뜻으로, 투자 수요가 많았다는 의미다. 현재는 1%대를 나타내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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