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 vs 카멜리아…양대 발레단 '아가씨' 결투

입력 2025-01-01 17:18   수정 2025-01-0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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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아가씨’ 전쟁이다. 지난해 ‘라 바야데르’ 경합을 벌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올해는 ‘춘향’과 ‘카멜리아 레이디’로 맞붙는다. 동일한 작품으로는 ‘지젤’ 대전(大戰)이 예고돼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발레단이 최근 공개한 올해 시즌 라인업에 따르면 유니버설발레단은 오는 4월, 국립발레단은 11월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서 ‘지젤’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이번 시즌 개막작으로 4년 만에, 국립발레단은 2년 만에 이 작품을 공연한다.

‘지젤’은 19세기 프랑스 시인 테오필 고티에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낭만주의 발레 대표작이다. 연인에게 배신당한 충격으로 죽었지만, 유령이 돼서도 사랑을 지키려는 시골 소녀 지젤과 지젤을 농락했다가 후회하는 귀족 알브레히트의 이야기가 주축이다. 1막에서는 시골의 생기 넘치는 풍경과 알브레히트에게 약혼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미쳐버리는 지젤의 ‘매드 신’이 볼거리고, 2막에서는 처녀 유령들(윌리)이 보여주는 군무가 백미다. 주역들은 발레 테크닉뿐 아니라 감정 연기까지 갖춰야 하기에 어려운 발레라는 인식이 있다.

두 단체는 ‘지젤’ 외에도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신선한 작품으로 발레 팬들을 설레게 할 계획이다. 국립발레단은 5월, 독일의 발레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카멜리아 레이디’로 올해 시즌을 시작한다. 한국 초연으로 공연되는 작품으로,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춘희>를 토대로 창작됐다. 매춘부 마르그리트와 귀족 아르망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풀었다.

존 노이마이어는 발레로 문학적 서사를 재구성하는 데 탁월한 안무가로, ‘카멜리아 레이디’는 그의 섬세한 예술성이 돋보이는 걸작으로 꼽힌다. 고전 발레와 구별되는 드라마 발레만의 독특한 표현 방식을 확인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현역 시절 이 작품으로 한국인 최초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한 바 있어 국립발레단에서 이를 계승하는 의미도 있다. 국립발레단은 존 노이마이어의 또 다른 작품인 ‘인어공주’도 지난해 초연에 이어 8월 다시 공연하기로 결정했다.

6월에는 서울 역삼동에 새로 개관한 GS공연장(옛 LG아트센터 자리)에서 체코 출신의 안무가 이르지 킬리안의 작품 세 편을 묶은 ‘킬리안 프로젝트’를 올린다. 인간 본성과 감정에 대한 탐구를 큰 주제로 담은 ‘잃어버린 땅’ ‘타락 천사’ ‘여섯 개의 춤’으로 구성됐다. ‘잃어버린 땅’은 킬리안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벤저민 브리튼의 음악 ‘진혼 교향곡’에 맞춰 창작한 작품이다. 시간의 흔적을 담은 땅과, 땅 위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3단계로 나눠 표현했다.

‘타락 천사’는 스티브 라이히의 음악 속에 8명의 여성 무용수가 등장해 당당함, 불안함, 취약함, 열등감, 유머 등 인간의 감정을 보여준다. ‘여섯 개의 춤’은 모차르트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기발한 발레 동작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요소가 많다.

같은 달 유니버설발레단은 창작 레퍼토리작 ‘춘향’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기획 단계부터 세계 무대를 고려해 창작한 작품으로 3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춘향과 이몽룡의 사랑을 발레로 각색해 평단으로부터 예술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7월에는 ‘백조의 호수’가 서울로 돌아온다. 지난해 40주년 기념 공연 당시 지방 관객을 위해 지방에서만 공연했지만 올해에는 서울 예술의전당과 공동 기획을 통해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백조의 호수’ 역시 ‘지젤’과 같이 고전 발레의 대작으로 불리는 작품이기에 기대를 모은다.

11월 중순 지방 극장을 시작으로 12월 서울에서는 두 발레단 모두 ‘호두까기 인형’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차이콥스키가 생전 초연했을 당시 관객들의 혹평을 받으며 찬밥 신세였으나 지금은 전 세계 발레단이 연말마다 공연하는 송년 스테디셀러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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