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전쟁을 기회로 바꾼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저력

입력 2025-01-01 17:20   수정 2025-01-0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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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방산 스타트업은 이스라엘의 새 아이언돔이다.”

전쟁 중 기록적인 성장을 거둔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대한 한 외신의 찬사다. 헤즈볼라와 하마스, 후티 반군과 삼면전을 벌이면서도 이스라엘 경제는 지난해 4.2%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 인수합병(M&A) 규모는 105억달러(약 15조4500억원)로 이전 최고치인 88억달러(2021년)를 뛰어넘었다. 이 중 스타트업으로 몰린 자금이 81억달러다. 엔비디아가 지난달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런에이아이를 인수한 사례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준다.

전쟁은 스타트업에도 위기를 가져다줬다. 드로르 빈 이스라엘혁신청장은 “전쟁 초기 몇달간 직장인들이 군대에 소집됐으며 테크 기업의 약 10%가 징집됐다”고 했다. 해외 자금도 급속도로 빠져나가 신생 스타트업들은 자금난에 시달렸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이런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았다. 사이버보안, 방산, 의료 등이 주축인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역량이 전쟁을 계기로 발휘됐다. 이스라엘 창업지원기관 스타트업네이션의 아비 해슨 최고경영자(CEO)는 “전장과 병원에서 재활, 외상, 정신 건강 측면에서 놀라운 기술이 적용되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위기를 극복한 저력은 ‘창업국가’라고 불리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DNA에서 나왔다. 이스라엘 창업 생태계의 근간에는 스타트업 사관학교 ‘탈피오트’가 있다. 탈피오트가 미래의 창업자들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후츠파’, 즉 ‘불가능은 없다’는 정신이다.

이스라엘의 음성 AI 스타트업 아이올라는 전쟁으로 인력난에 내몰린 의료진과 사회복지사들에게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회의·상담 정리 기술을 제공했다. 아미르 하라마티 아이올라 창업자는 “확고한 의지는 창업국가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촉매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닮은 부분이 많다. 전쟁 위험이 상존하고 기술 혁신과 수출 의존도가 높다. 스타트업만은 반대로 가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이 된 한국 기업은 7개→7개→4개→2개로 해마다 줄고 있다.

계엄 사태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복귀 등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저력은 우리에게도 있다. ‘불가능은 없다’는 민족 DNA를 다시 한번 발현해 한국을 스타트업의 산실로 거듭나게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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