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머스크 CEO는 “슈타인마이어는 반민주 폭군이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썼다. 전날 AfD를 지지하는 독일 20대 여성 유튜버가 머스크 CEO를 간접 비판한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발언을 포스팅하자 머스크 CEO가 이 같은 답글을 달았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조기 총선을 발표하며 “얼마 전 루마니아 선거처럼 은밀하게 혹은 최근 X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것과 같이 노골적으로 행사되는 외부 영향력은 민주주의에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 형식적 권한만 있고 실권은 총리가 행사한다.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는 2월 총선 때 보수 성향인 기독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이민 정책을 펼치는 AfD는 약 20% 지지율을 기록하며 2위를 달리고 있다.
머스크 CEO는 작년부터 X에서 독일 정치를 촌평하며 “독일을 구할 수 있는 것은 AfD뿐”이라는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달 28일엔 독일 주간지 벨트암존타크에 AfD를 지지하는 칼럼을 기고해 정치 개입 논란을 일으켰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와의 대담도 추진 중이다. 두 사람의 대담은 스트리밍 서비스 ‘X 스페이스’에 생중계된다. 머스크 CEO는 최근 X 프로필에 자신의 사진 대신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 캐릭터 ‘개구리 페페’가 검투사 갑옷을 입은 그림을 올리고 이름을 ‘케키우스 막시무스’로 변경한 뒤 더욱 활발하게 온라인 포스팅을 하고 있다.
차기 미국 행정부 실세인 머스크 CEO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자 독일 정가는 외국의 선거 개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머스크 CEO는 독일에서 테슬라가 전기차 생산 공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자신이 독일 정치에 관해 공개적으로 발언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논란이 거세지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31일 신년사에서 “독일이 어떻게 나아갈지는 시민이 결정한다”며 “소셜미디어 소유주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고 머스크 CEO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숄츠 총리는 “토론에서 극단적 목소리를 낼수록 더 많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목소리가 가장 큰 사람이 독일이 어디로 갈지를 결정하는 게 아니다”며 “미래는 대다수의 합리적이고 품위 있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독일 신호등 연립정부가 붕괴하자 X에 “올라프는 바보”라고 적으며 숄츠 총리를 조롱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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