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수출에도 '위태위태'…사상 첫 日 추월 실패

입력 2025-01-01 17:48   수정 2025-01-02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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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지난해 수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정부가 목표로 내건 수출 7000억달러 달성과 사상 첫 일본 추월에는 실패했다. 글로벌 경기 부진과 미국 신정부 출범, 탄핵 정국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져 올해도 수출이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지에는 의견이 엇갈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 수출액이 6838억달러로 전년보다 8.2% 증가했다고 1일 발표했다. 2022년 6836억달러를 2억달러 차이로 넘어서며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11월 수출(563억달러)이 주춤한 데다 탄핵 정국에 따른 수출 환경 악화로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근소하게 밑돌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2월 수출액이 614억달러로 ‘깜짝 증가’한 덕분이다. 2023년 8위까지 밀린 세계 수출 순위도 지난해 6위로 올라섰다.

반도체가 43.9% 증가한 1419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수출을 이끌었다. 2023년 주춤하던 중국 수출은 지난해 1330억달러로 6.6% 증가했다. 미국 수출은 10.5% 늘어난 1278억달러로 7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반도체로 버틴 수출…올해 전망은 '흐림'
지난해 8.2% 늘었던 수출, 올해 증가율 2.2% 그칠 수도
2024년 수입은 6320억달러로 전년보다 1.6% 감소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연간 무역수지는 518억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2018년 697억달러 무역흑자를 낸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작년 12월 수출은 614억달러로 전년 같은 달보다 6.6% 증가했다. 15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다. 12월 무역수지는 65억달러 흑자로 2023년 6월 이후 19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유지했다.
○반도체와 3대 수출 시장 선전
지난해 수출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은 품목별로는 반도체, 지역별로는 미국 중국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3대 수출시장에서 선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 한 해 동안 세 차례나 월간 신기록을 썼다.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고부가가치 품목의 수출이 늘어나면서 43.9% 증가했다. 특히 12월 반도체 수출은 145억달러로 역대 최대치였다. 연간 전체 수출 실적(6838억달러)이 2022년 기록(6836억달러)을 간발의 차로 넘어서는 기반이 됐다는 분석이다.

3대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국,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이 모두 크게 늘었다. 2023년 부진했던 중국 수출은 지난해 1330억달러로 6.6% 증가했다.

미국 수출은 10.5% 늘어난 1278억달러로 7년 연속 사상 최대치 기록을 이어갔다.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수출이 123%(103억달러) 급증했다. 아세안 수출 역시 1140억달러로 4.5% 증가했다. 역대 2위 규모다.

지난해 한국 경제의 유일한 성장 엔진이던 수출이 올해도 순항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내세울 것이 확실시되는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장벽, 글로벌 경기 부진, 환율 변동성 확대, 탄핵정국 등 대내외 악재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반도체 의존도 역시 약점으로 지적된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3년 15.6%에서 지난해 20.8%로 껑충 뛰었다. 반도체, 자동차, 일반기계, 석유제품, 석유화학 등 5대 수출 품목 가운데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낸 품목은 반도체(43.9%)뿐이었다.
○올해 수출 증가율은 낮아질 전망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0.1% 감소한 자동차 수출(709억달러)의 회복 여부도 관심사다. 지난해에는 내연기관차 수출이 정체된 가운데 전기차 수출 감소(-30%)를 하이브리드차 수출 증가(33%)로 만회했다.

한국의 수출은 2021년 ‘포스트코로나 효과’로 25.7% 급증했다. 이후 수출 증감률은 2023년 -7.5%, 지난해 8.2%를 나타내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다. 산업연구원 등 국내외 전문기관들은 올해 수출이 2% 안팎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대내외 변수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를 경우 올해 수출 증가율이 이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수출 실적이 돌발 변수에 출렁이지 않으려면 수출 시장과 품목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한국 콘텐츠와 서비스 경쟁력이 높아진 지금이 다변화의 적기라는 설명이다. ‘K푸드’와 ‘K뷰티’ 열풍이 세계 소비자들을 사로잡으면서 지난해 농수산식품과 화장품 수출은 각각 117억달러와 102억달러로 7.6%, 20.6% 늘었다. 농수산식품 수출은 4년 연속으로, 화장품 수출은 처음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중남미 수출은 17.8% 증가해 미국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하고, 기회 요인은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우리 경제와 기업을 전방위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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