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촉발됐다. 최 권한대행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며 헌법재판관 임명 의사를 밝히자 일부 국무위원이 “이렇게 중대한 사안을 왜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반발하면서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도 최 권한대행이 사전에 의견 조율을 거치지 않은 데 불만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단체로 사의를 표명했다. 국정 안정에 힘써야 할 여권이 정치적 이해관계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발한 국무위원들은 주로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인사나 정치인 출신이었다.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기인 이완규 법제처장,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한 국무위원은 “비정치인이 정치적으로 첨예한 사안에 결정을 내려도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최 권한대행은 “내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며 “수없이 고민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무안공항 사고만 아니었으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사퇴하려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일부 국무위원 앞에서 울먹이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고성이 오가자 한 국무위원은 “지금 이게 뭐 하는 거냐.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며 국무회의장에서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 막판까지 헌법재판관 임명 여부를 고심했다고 한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만 임명한다는 사실은 국무회의를 준비하는 실무진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원로 경제관료 그룹에게 ‘경제가 어려우니 진영 논리가 아니라 나라만 생각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언을 듣고 재판관 임명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서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 갈등을 종식해 경제와 민생 위기 가능성 차단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최 권한대행을 향해 연이어 “강한 유감”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여권 관계자는 “정치적 파급력이 큰 사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당 지도부, 대통령실 등과 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향후 다른 사안을 놓고 권한대행과 당이 다른 목소리를 낼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일각에선 여권이 과도하게 ‘최상목 흔들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권한대행을 보좌해야 할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 전원이 사의를 밝힌 것이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탄핵 국면에서 여권 분열은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한 만큼 최 권한대행에게 거취 정리 등의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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