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로 미뤄진 입법과제…반도체법도, 재초환 폐지도 길 잃었다

입력 2025-01-01 17:45   수정 2025-01-02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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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치 혼란이 주요 경제 및 민생 관련 입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여야에 큰 이견이 없는 법안들마저 지난해 처리되지 못하고 2025년으로 넘어온 상황에서 당초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려고 한 법안은 사실상 동력을 잃게 됐다. 지난달 31일 헌법재판관 임명을 놓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여권의 균열까지 감지되며 상당수 경제·민생 법안과 관련된 논의가 멈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계엄 사태만 없었어도

우선 정상적인 정치 상황이었다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법안이 대거 미뤄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한 달 가까이 국회가 공전한 결과다.

지난달 정기국회에서 처리가 유력시된 반도체특별법과 해상풍력특별법이 대표적이다. 반도체특별법은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고소득 근로자의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을 빼놓고는 여야가 모두 법안 처리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상당수 여당 의원도 법안 처리 시급성을 이유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뺀 특별법 처리에 동의했지만, 연이은 탄핵소추안 처리 등에 따른 극한 갈등으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도 넘지 못했다.

해상풍력특별법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도 일부 이견이 있지만 법안 처리 가능성이 높았다. 시급성을 이유로 정부·여당이 쟁점과 관련해 반발짝 양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두 법안은 지난해 5월 막을 내린 21대 국회에서도 처리 가능성이 높았지만, 22대 국회로 순연됐다는 점에서 관련 산업계의 실망이 크다.

이 외에 조세특례법 개정안에서 중소·중견기업 설비투자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과 전통시장 소비액 소득공제 확대도 여야 간 이견이 없음에도 법 개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국회 관계자는 “기획재정위 여야 간사 간 합의까지 끝난 사안”이라며 “민생법안이 정치 일정에 발목을 잡힌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재초환 폐지 등은 동력 상실
반도체산업 및 인공지능(AI)산업과 관련해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기간전력망특별법도 여야가 공감하지만 지난해 산자위 소위에서 한 차례 논의되는 것에 그쳤다. 저출생 문제 대응을 위한 인구기획부 신설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 등은 정부안이 제출됐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한 발짝도 내딛지 못했다.

그나마 여야 간 견해차가 작은 법안도 이같이 난항을 겪으며 야당 반대가 큰 윤석열 정부의 중점 법안은 추진 동력을 잃게 됐다. 지난해 ‘8·8 주택공급 대책’ 관련 입법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반대로 논의에 진전이 없다. 정비사업 절차를 단순화해 재건축·재개발 사업 속도를 내기 위한 ‘촉진특례법’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일부 민주당 의원이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논의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

윤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정부에서 오랫동안 안을 가다듬어온 비대면 진료 제도화도 국회에서 추가 논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애초에 의료계 반발이 높은 법안인데 윤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정부도 힘을 싣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국정협의체로 풀어낼까
여야는 지난달 31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만나 구성에 합의한 국정협의체에서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의 물꼬를 튼다는 계획이다. 여야의 견해차가 작은 반도체특별법과 기간전력망특별법 등이 협의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안건을 두고는 이견이 있다. 국민의힘은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안건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지역화폐 예산을 포함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협의체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입법안은 협의체에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할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더 나아가 조기 대선에 따른 차기 정부 출범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는 올가을에나 정상적인 입법활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경목/박주연/한재영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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