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밝히는 열정, 기업을 다시 뛰게하자

입력 2025-01-01 16:17   수정 2025-01-0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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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스톰이 다가오고 있다.’ 2025년을 맞이한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탄핵 사태와 ‘트럼프 2.0 시대’ 개막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원·달러 환율 상승, 내수 침체 가속화, 노사 갈등 심화, 중국의 추격 등 기업을 둘러싼 모든 여건이 나빠져서다. 정치권과 정부가 파격적인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을 통해 ‘기업 기(氣) 살리기’에 나서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빠르게 식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달 26일 매출 기준 상위 600대 대기업을 조사한 결과 올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84.6으로, 2022년 4월 이후 34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1975년 1월 조사를 시작한 뒤 최장 기록이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전달보다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전달 대비 하락폭(12.7포인트)은 코로나19가 본격 상륙한 2020년 4월(-25.1포인트) 후 4년9개월 만에 가장 크다. 특히 노사 갈등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5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69.3%가 지난해보다 노사관계가 더 불안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주요 대기업의 올해 화두는 ‘위기 돌파’다.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내실을 기하고, 글로벌 흐름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움직임은 작년 말 이뤄진 그룹별 임원 인사에서도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자동차 CEO에 외국인을 선임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대기업이 기존 CEO를 유임시켰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를 그대로 두되 임원 숫자를 줄이고, 의사 결정의 단계를 과감히 축소한 것도 특징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자산 기준 30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21개 그룹, 245개 계열사를 조사한 결과 신규 선임한 임원은 모두 1303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 1442명보다 9.6%(139명) 줄어든 수치다. 임원 승진자가 나온 계열사는 156개로 1년 전(152개)보다 늘었지만, 전체 임원 승진자는 오히려 줄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 관계자는 “이 같은 흐름은 SK그룹이 전무를 없애고 모든 임원을 부사장으로 통일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며 “부장 이하 실무진과 CEO 간 의사결정 단계가 너무 길면 지난해처럼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일제히 비상 경영 또는 긴축 경영 체제에 들어가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희망퇴직, 임원 급여 일부 반납, 출장 시 이코노미 좌석 활용, 임직원 복지 축소, 성과급 삭감 등으로 고삐를 죄고 있다”며 “필요한 투자를 집행할 때도 한 번 더 따져보는 게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재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기업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과 LG그룹은 엔비디아 등 미국의 빅테크가 주도하는 인공지능(AI) 산업에서 어떻게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현대차그룹은 북미 시장에서 테슬라 등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의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방산 부문의 최대 수혜주인 HD현대와 한화그룹이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느냐도 올해 향방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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