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안 먹었는데 이럴 줄은"…학계도 뒤집어질 놀라운 연구 [건강!톡]

입력 2025-01-01 13:32   수정 2025-01-0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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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관 호르몬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이 사람의 뇌에 작용해 음식을 보거나 냄새를 맡는 등 ‘인지’만으로도 포만감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자가 올해 첫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월 수상자로 최형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를 선정했다고 1일 밝혔다. 최 교수는 대사질환과 심뇌혈관질환 치료제로 알려진 GLP-1의 식욕억제 기전을 규명해 비만 및 대사질환 개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다이어트약으로 유명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성분 세마글루타이드가 GLP-1을 모방한 물질. 최 교수는 작년 6월 저명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온라인판 게재 논문에서 GLP-1이 뇌의 시상하부(자율신경계 및 호르몬 분비 조절)에 작용해 포만감을 유발, 식욕을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음식을 먹지 않아도 호르몬이 작용해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포인트다. 연구팀은 ‘치킨 실험’을 통해 GLP-1 효과를 보여줬다. 두 그룹으로 나눈 실험 참가자 중 한 그룹에만 비만 치료제를 줬는데 ‘비만 치료제를 맞지 않고 치킨을 먹은 그룹’보다 ‘비만 치료제를 맞고선 치킨을 보기만 한 그룹’이 더 배부르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광유전학을 활용해 쥐 실험을 한 결과 GLP-1 수용체 신경을 인위적으로 활성화하면 즉각 식사 중단을 유도하며 반대로 억제할 경우 식사가 지속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GLP-1 식욕 억제제의 뇌 작용 기전을 명확히 규명한 중요 성과로 평가받았다. 위고비의 식욕 억제 작동 원리를 설명한 셈이다. 이를 고도화하면 비만을 일정 수준 제어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식욕이 뇌에서 어떻게 조절되고 GLP-1 식욕 억제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뇌과학 도구를 활용해 규명한 의의가 있다”며 “현대인들의 대사질환 발병 원인을 규명하고 새로운 식욕 억제제 개발에 도전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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