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2일 16:5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이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통상 이들 펀드는 정기 주총을 앞둔 연말·연초에 타깃 기업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왔다. 주총 시즌에만 '반짝 공세'를 취하는 전략을 접고 수시로 공세를 펴는 '상시 캠페인 모드'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활발하게 캠페인을 벌여온 토종 행동주의 펀드 다수가 올해 상반기 신규 캠페인보다는 기존 캠페인을 유지하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작년 삼성물산(안다자산운용), 태광산업(트러스톤), 금호석유화학(차파트너스), KT&G(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JB금융지주(얼라인파트너스) 등의 공세는 주로 정기 주총 시즌에 집중됐다. 이번 주총에서도 대부분 작년 개시된 캠페인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몇몇 펀드는 새 캠페인에 대해 속도 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정기 주총 시즌 때가 아니어도 캠페인 주목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시각이 우세해진 영향이다. 한 행동주의 펀드 관계자는 "작년에는 정기 주총 때 기습하지 않으면 회사와의 대화가 어렵다는 인식이 많았다"며 "하지만 정부의 밸류업 정책으로 주주행동주의가 명분을 얻으면서 주총 기습이 아니어도 충분히 소통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기 주총 시즌마다 집중 공세를 벌이는 전략은 전보다 주춤해졌다"고 전했다.
1년 내내 공세를 취하면서 타깃 기업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려는 전략도 깔려 있다. 행동주의의 공격을 받은 한 상장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주총을 앞두고 석 달 동안만 행동주의 공세를 막으면 됐다"면서 "최근에는 연중 내내 불쑥 공세를 취하는 행동주의가 많아서 1년 내내 긴장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캠페인의 주목도와 홍보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주총 시즌을 피하는 행동주의 펀드도 늘었다. 3월에 캠페인을 공개하는 행동주의 펀드가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캠페인의 주목도가 떨어진다. '캠페인 비수기'를 찾아 공세를 취하면서 시장의 주목도를 높이려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두산, 이수페타시스, 디아이동일 등 소수주주의 행동주의 사례가 잇따르는 등 소액주주연대의 위상이 높아졌는데 이들이 행동주의 펀드들의 전략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소액주주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행동주의 펀드들도 신규 캠페인을 임하는 자세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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