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2일 15:3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대해상이 90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자본성증권(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해상을 비롯한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 열풍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지난 30일 사모 후순위채 900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연 4.55%다. 현대해상은 지난 6월 5000억원어치 후순위채를 찍은 데 이어 지난 11월 4000억원 후순위채를 추가 조달했다. 이번 사모 시장 조달까지 포함하면 작년 6~12월에 발행한 후순위채만 1조8000억원에 달한다.
보험사들은 지난해에 최대 자본성증권 발행액 기록을 줄줄이 갈아치웠다. 작년 8월 교보생명은 7000억원어치 후순위채를 찍으면서 역대 최대 발행액 기록을 달성했다. 한화생명이 지난달 12일 8000억원어치 후순위채를 조달한 데 이어 현대해상이 발행 규모를 더 키웠다. 보험사들이 지난 12월 조달한 자본성증권만 2조2750억원에 달한다.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에 적극 나선 건 대표적인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 개선을 위한 취지다. K-ICS는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수치다.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는 재무지표 산정 과정에서 자본으로 인정받아 K-ICS를 높일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다.
올해도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 열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은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기가 도래하면 보험사의 자본 감소가 빠르게 이뤄진다. 부채의 금리 민감도가 자산의 금리 민감도보다 커 자본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은 금리 100bp(bp=0.01%포인트) 하락 시 생명보험사는 25%포인트, 손해보험사는 30%포인트가량의 K-ICS가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할인율 현실화 등 보험사 건전성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정책을 추진 중인 것도 발목을 잡고 있다.
다만 ‘큰손’ 기관들이 보험사 자본성증권에 관심이 크다는 건 투자수요 확보 측면에서 호재로 꼽힌다. 현대해상도 당초 5000억원 규모 발행을 검토했지만, 기관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발행 규모를 9000억원까지 키웠다. ‘AA+’의 높은 신용도를 갖춘 데다 연 4%대 중반대의 이자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는 점에서 인기를 끈 것으로 풀이된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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