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최경주(55·사진)가 걸어온 길은 그 자체로 한국 골프의 역사다. 전남 완도에서 골프를 시작해 한국인 최초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 PGA투어 한국인 첫 승에 최다승(8승)까지. 그리고 지난해에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최고령 우승에 한국인 최초로 시니어투어 메이저 ‘더 시니어 오픈’까지 제패했다. 늘 아무도 걷지 않은 길에 도전해온 시간, 두렵고 외롭지 않았냐는 질문에 최경주는 “골프를 사랑하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가끔 지칠 때도 있지만 지금도 잔디밭만 봐도 빨리 공을 치러 가고 싶어 가슴이 뛴다”고 빙긋 웃었다.
55세에도 최경주는 여전히 더 멀리, 더 강한 골프를 꿈꾸고 있다. 그는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올해 드라이버 비거리 10야드를 늘리고, PGA투어 500대회 출전을 달성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제2의 전성기’를 알린 장면, 행운의 결과물인 듯 보이지만 그 뒤에는 최경주의 지독한 자기 관리와 연습량이 녹아 있다. 그는 2018년 갑상샘 수술 이후 술은 물론 탄산음료, 커피를 모두 끊었다. 매일 30분 이상의 러닝과 스쾃 120회, 푸시업 및 악력기로 몸을 만들고 그립과 스윙 궤도 등 샷의 기본도 매일 점검한다. 그는 “매일 꼬박꼬박 해온 훈련이 없었다면 그 순간 완벽한 어프로치샷을 해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최경주가 후배들에게 ‘인내’를 강조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는 “스윙, 기술, 태도는 한방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 골퍼의 매 순간이 녹아든 결과물”이라며 “현역으로 뛰려면 좋은 음식과 잠, 충분한 연습을 갖춰야 한다. 하나라도 하지 않으면 바로 도태된다”고 강조했다.
골프계에서 최경주는 스폰서와 프로선수 관계의 ‘교과서’라고 불린다. 메인 후원사인 SK텔레콤과 16년째 동행해 온 그는 장학사업과 ESG 활동에서도 발걸음을 맞추고 있다. 그는 “스폰서가 없으면 선수도 없다”며 “요즘 선수들이 후원사로부터 후원받는 것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후원사는 누구보다 저의 성공을 기도해주는 분들이죠. 후원사에 해줄 수 있는 것을 먼저 고민하고, 먼저 제안하는 것이 프로의 기본입니다.”
화려한 2024년을 뒤로 하고 맞는 시즌, 최경주는 다시 한번 ‘전진’을 다짐하고 있다. PGA투어에서 498경기를 출전한 최경주는 앞으로 2경기를 채우면 500경기 출전 기록을 세운다. 지난해 더 시니어오픈 우승으로 올해 디오픈 출전권을 따낸 데 이어 자신이 우승한 대회에 역대 챔피언 자격 출전권을 요청하고 있다. 최경주는 “500경기 출전은 25년간 20경기를 뛰어야 달성 가능한 대기록”이라며 “꾸준한 자기 관리와 경기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만큼 꼭 해내고 싶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산과 들, 바다가 하나가 된 완도에서 자라며 배운 것이 있습니다. 산에서 길을 잃으면 아래로 향하는 경사로 가면 된다는 거죠. 중간에 덤불, 정글이 나오더라도 저 아래에는 마을이 나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계속 나아가면 결국엔 길을 찾게 됩니다. 골프는 더 간단해요. 저 멀리 보이는 핀을 향해 전진하는 거죠. 55세, 56세에도 더 발전하는 골퍼가 되도록 계속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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