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지침 반영 안된 '둔덕'…콘크리트 그냥 두고 상판만 덧댔다

입력 2025-01-02 18:14   수정 2025-01-03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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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주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과 관련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콘크리트 구조물 설치 시점과 목적 등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데다 적법성 문제도 여전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교통부가 문제의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가 놓인 콘크리트 구조물에 관해 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놔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계속되는 ‘콘크리트 둔덕’ 논란
국토교통부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브리핑에서 “방위각 시설 관련 조항의 ‘부서지기 쉬움(frangibility)’ 조건은 둔덕이 아니라 안테나 등 장비에만 적용되는 기준”이라고 밝혔다. 처음엔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전날 ‘규정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보겠다’고 한 국토부가 하룻밤 사이 입장을 또다시 바꾼 것이다.

콘크리트 둔덕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초 설치 시점과 주체 등에 관해 국토부가 명확히 답변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2020년 3월 ‘무안공항 등 계기착륙시설 개량사업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하고, 기존 로컬라이저를 교체하는 사업을 한 차례 실시했다. 로컬라이저 내구연한인 15년을 앞두고 있어서다. 공사는 발주 3년 후인 2023년 9월께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사고 피해를 키운 30㎝ 두께의 콘크리트 상판도 추가로 보강됐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2020년 한국공항공사가 발간한 ‘2021 SMS 안전 회보’에 따르면 2020년 10월께 로컬라이저 하단부에 콘크리트 상판 시설로 추정되는 물체가 보인다. 이와 별개로 개항 시점인 2007년부터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둔덕 내 콘크리트 구조물이 있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한국공항공사가 2020년 실시설계서에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상판과 로컬라이저를 설치해야 한다고 적시했음에도 시공할 땐 덧대기와 둔덕 보강만 이뤄져 형식적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애초 구조물 규정 위반 논란도
적법성 논란도 여전하다. 애초 비행장 내부에 2~3m 높이 콘크리트 둔덕이 있는 것 자체가 국토부 예규인 항공장애물 관리지침을 위반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지침에 따르면 계기비행이 가능한 활주로 인접 지역은 흙더미와 잔존물 등 굴착 부산물 높이가 활주로 평행선의 2m로 제한되고, 모든 공사 장비가 이동 가능해야 한다. ‘흙더미와 잔존물 높이 제한 2m’ 규정은 항공기가 미끄러질 때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고려해 마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 전문가는 “비행장 내부 고정물 설치는 엄격히 금지되고 꼭 필요한 배수로 등도 항공기 안전을 위해선 기준에 따라 면밀하게 설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작 둔덕에 놓인 로컬라이저는 제대로 된 기능도 하지 못했다. 국토부 항공고시보(NOTAM)에 따르면 로컬라이저를 포함한 무안공항 계기착륙장치(ILS)는 지난해 10월 30일부터 오는 4월 30일까지 ‘사용 불가’다. 무안공항에서 이착륙한 경험이 있는 한 기장은 “무안공항 동남쪽과 서쪽에 산이 있고 현재 활주로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정보만 알지, 조종사가 콘크리트 로컬라이저가 있는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한편 국토부는 음성기록장치(CVR)에서 사고 전 2시간 분량의 음성 파일을 모두 확보했다고 이날 밝혔다. CVR에는 조종실 내 대화, 관제사 교신 등 사고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 내용이 담겼다. 블랙박스의 나머지 장치인 비행기록장치(FDR)는 국내에서 분석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돼 미국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정밀하게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까지 최소 6개월, 최대 3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안정훈/한명현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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