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서비스업 노동생산성 세계 바닥 수준…'비용질병' 낳았다

입력 2025-01-02 18:03   수정 2025-01-03 01:53

한국의 서비스 수지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25년째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 하위권 수준의 낮은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이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둔화시키면서 잠재 성장률도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서비스 수지는 190억달러 적자를 냈다. 같은 기간 상품수지가 780억달러 흑자를 낸 것과 비교된다. 경상수지는 상품·서비스·본원소득·이전소득 수지로 나뉜다. 서비스 수지는 2000년부터 2023년까지 2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도 적자를 냈을 것이 확실시된다. 2023년 서비스 수지 적자는 256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354억9000만달러였는데 서비스 수지 적자가 전체 수출 성적표를 대폭 끌어내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전체 취업자 2882만 명 중 79.4%인 2288만 명이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국내 주력 산업인 제조업 종사자는 439만 명으로 15.3%다. 종사자 수는 서비스업이 훨씬 많지만, 취업자 1인당 노동생산성은 제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서비스업 취업자 1인당 노동생산성은 2021년 기준 6만6000달러로, 제조업(13만8000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해외와 비교해도 미국 서비스업(12만8000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프랑스(8만6000달러), 독일(7만6000달러)에도 뒤처진다. 낮은 노동생산성 탓에 전(全)산업 대비 서비스산업 부가가치 비중은 2010년 60.1%에서 지난해 63.0%로 사실상 정체된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요국은 서비스업을 신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재편 중이지만 우리는 진입장벽 등으로 혁신기술 서비스와 신산업 활성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창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부원장은 “부가가치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서비스업은 지난 10년간 생산성이 거의 상승하지 않았다”며 “이런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를 지낸 경제학자 윌리엄 보몰은 서비스업이 생산성은 낮은데 임금은 오르는 구조적 취약성을 지녔다고 지적했다. 생산성이 빠르게 오를 수 있는 제조업에서 상대적으로 더딘 서비스업으로 주력 산업이 전환되면서 산업 전반의 생산성이 둔화하는 성장 정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보몰 효과’라고 부른다. 서비스업 생산성은 낮은데 비용이 높아지면서 자생력을 잃는 ‘비용질병’(cost disease)을 낳는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이 서비스업 혁신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법안은 2011년 최초 발의된 뒤 14년째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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