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노동이 아름다워지는 순간

입력 2025-01-02 17:45   수정 2025-01-03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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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친구가 직원 급여를 계산했다며 손수 적은 메모지를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그래도 ‘베프’가 노무사라고 한 번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메모지에는 적힌 이름부터가 이역만리 떠나온, 발음조차 하기 어려운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예닐곱 명 정도의 직원 이름 옆에 ‘성과급’이 적혀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몇만원 정도지만 동네 장사를 하는 고깃집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자못 궁금해 계산 방법도 알려줄 겸 통화를 했다.

그 친구는 노동법은 물론 법을 잘 알지 못한 채 장사를 시작한 사람이었다. 한때는 직원으로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다 자영업의 꿈을 이룬 평범한 여느 이웃 중 한 명이다. 그런 친구가 외국인 대학생들이 낯선 나라에 와서 자기 일처럼 열심히 일해 준 것이 고마워 단돈 얼마라도 더 주고 싶어 성과급이라고 적어 본 것이라고 한다. 땀을 흘리면서도 흥얼거리며 한국말을 더 배우게 됐다고 오히려 좋아하며 일하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한참을 자랑했다. 그러면서 “일 잘하는 사람은 더 줘야 계속 같이하지 않겠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 말을 들으며 문득 노동이 아름다워지는 순간이란 생각이 떠올랐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신입직원이나 아르바이트 고용 저변에서 책임감과 자기발전을 통한 노동의 의미가 점차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종종 제기된다. 법률적 권익 보호를 중심으로 한 논의가 많아지면서 노동 과정의 인간적 상호작용이나 성취감을 말하는 것이 ‘노동 현실의 어려움을 몰각한 처사에 불과하다’는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노동에는 본질적인 순수함이 있다. 열심히 일하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신뢰를 잃는 것처럼 단순하면서도 인간적인 원리가 작동한다. 그리고 잘하려는 노력은 또 다른 기회를 얻거나 인정을 받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런 노동의 순수함 속에서 형성되는 성취와 보람은 단순히 경제적 보상 이상의 깊은 가치를 담고 있다. 그렇기에 노동을 통해 성장하는 이들에게 사회는 노동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근로자의 권익 보호 문제는 그간 법률과 제도적으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그렇기에 이제는 겉보기엔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노동에서도 타인과 소통하며 세상을 배우는 기회가 있다는 점을 사회가 함께 인식해야 할 때다. 작은 노동에서도 사회적 관계와 질서를 배우고 그 안에서 의미 있는 성취와 보람을 발견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 노동을 통해 선사하는 감동은 반드시 보상으로도 이어진다는 사실을 외국인 대학생들과 동네 자영업자 간의 관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가치를 믿고 사회와 함께 노력한다면 노동을 더 따뜻하고 인간적인 개념으로 바꿔갈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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