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 첫날 오전 6시14분. 이대목동병원 분만실에서 세쌍둥이가 나란히 첫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이민용 씨와 아빠인 하헌형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결혼 5년 만에 얻은 딸 노이(태명)와 와이, 아들 리보 남매가 그 주인공이다. 이씨는 2019년 결혼 후 시험관 시술을 통해 지난해 첫 아이들을 임신했다. 하노이와 하와이, 하리보 등 부부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한 장소와 제품 이름 등을 본떠 아이들의 태명을 지었다.
이씨에게 산통이 시작된 것은 1일 오전 4시께다. 출산 예정일인 1월 말보다 한 달가량 이른 임신 31주3일 차였다. 부부는 급히 평소 진료받던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주치의인 전종관 산부인과 교수가 직접 나와 상태를 살핀 뒤 모자센터 입원을 결정했다.
통상 출산 진통은 간격을 두고 심했다가 나아졌다 하는 패턴을 보인다. 이씨는 달랐다. 심한 통증이 계속된 데다 초음파 검사에서 복강에 피가 고인 것으로 보이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의료진은 응급 수술에 들어갔다. 자궁이 파열돼 산모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고 대량 출혈이 발생하는 등 위급한 상황도 있었다. 고위험 출산 경험이 많은 전 교수 등 의료진은 침착하게 위기를 넘겼고 제왕절개를 통해 체중 1.5㎏ 노이, 1.4㎏ 와이, 1.8㎏ 리보가 태어났다.
주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이른둥이는 신생아중환자실(NICU)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이대목동병원엔 남은 병상이 없었다. 세 남매는 수소문 끝에 NICU 병상이 있는 상계백병원으로 이송됐다. 이곳에서 주치의인 심규홍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아이들 이송 연락을 받은 것은 오전 7시. 심 교수 등 대기하던 의료진의 도움으로 아이들은 무사히 전원을 마쳤다.
대개 고위험 산모는 태어날 아이가 입원할 NICU 병상을 보유한 병원으로 이송해 출산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이런 이송 시간조차 기다리지 못할 정도로 응급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태아를 임신하면 일부 아이를 포기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부부는 세 아이를 모두 지키자는 전 교수의 판단을 믿고 세쌍둥이 출산을 선택했다. 전 교수는 “아이 세 명 중 한 명을 희생시키면 나머지 아이도 유산될 확률이 높아진다”며 “세 명인 아이를 그대로 낳으면 셋을 모두 살릴 가능성이 90%”라고 했다.
산모는 바로 회복해 주말께 퇴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것은 아이들의 건강이다. 임신 주수를 채우지 못하고 세상에 나온 아이들은 아직 폐 기능 등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다. 심 교수는 “저출생 국가인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며 “출산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아빠인 하 기자는 “힘써 주신 의료진과 오랜 기간 인내하고 고생한 아내에게 감사하다”며 “세쌍둥이가 건강하게 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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