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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일 목요일>
2024년 마지막 4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던 뉴욕 증시는 새해 첫 거래일인 2일(미 동부시간) 반등을 시도했습니다. 새해는 항상 투자자에게 희망을 주죠. 1월은 계절적으로 증시에 좋은 달이며, S&P500지수는 통상 1% 안팎 오릅니다. 그래서인지 아침엔 상승세가 컸습니다. 지난 1일 뉴올리언스 트럭 돌진 사고, 휴스턴 트럼프 호텔 앞의 사이버트럭 폭발은 테러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시장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고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채권 금리가 보합권으로 회복하고, 달러가 치솟자 증시는 다시 약세로 돌아섰습니다.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관세 등 정책 불확실성, 이에 따른 미 중앙은행(Fed)의 완화 후퇴 가능성 등에 따른 걱정이 여전히 큰 탓입니다.
1일 아침 주식, 채권 모두에 매수세가 나타났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아침 9시 30분 0.3~0.5%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S&P500 지수가 2023, 2024년 연속 20% 이상 상승한 뒤 또 큰 폭 오를 가능성은 작고 확실히 드뭅니다. 1995~1998년 사이 4년 연속 상승세를 보인 동안 단 한 번 있었던 게 전부입니다. 20% 넘게 오르긴 힘들겠지만 3년 연속 상승한 적은 많습니다. 투자자들은 2025년에 좀 더 낮은 수익률을 나와도 만족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강세장은 시작되면 평균 5.5년 지속하였고, 이 기간 평균 180%가량 올랐습니다. 이번 강세장은 2022년 10월에 시작되어 이제 2년이 지났고, 약 60%가량 올랐지요.
뉴욕 채권시장에서도 아침에는 금리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오전 8시께 4.517%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최근 경제 데이터가 조금 둔화하면서 국채 금리가 많이 오르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들이 있지요.
하지만 오전 8시 30분 발표된 주간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4개월 내 최저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채권 금리는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실업급여를 신청한 건수는 이전 주보다 9000건 감소한 21만1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4월 이후 8개월 만에 최저 기록입니다. 2주 이상 연속으로 청구한 건수도 184만4000건으로 전주 대비 5만2000건 줄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실업급여는 연휴가 몰린 연말에 불안정해지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노동시장이 여전히 탄탄함을 시사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채권시장 분위기는 바뀌었습니다. 채권 수익률은 오전 11시가 넘자 보합권으로 회복됐고, 한때 4.599%까지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실업급여 청구뿐 아니라 유가가 2% 안팎 급등세를 보인 것, 연초 GM 포드 등 기업 회사채가 몰려나온 것도 채권시장에는 부정적이었습니다.
사실 다른 경제 데이터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S&P글로벌의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는 49.4로 집계됐습니다. 11월 49.7보다 소폭 떨어졌지만 속보치 48.3보다는 개선됐습니다. 어쨌든 5개월 연속 위축 국면(50 이하)에 머물렀습니다. S&P는 신규주문 감소 등이 약세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투입 비용 물가는 작년 8월 이후 가장 높게 나왔습니다. 크리스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 기업은 사업이 새해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며, 응답자들은 새 행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세금 부담을 줄이며, 관세를 통해 미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를 늘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낙관론은 12월 다소 감소했다. 기업들은 투입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를 보고하고 있으며, 금리가 예상했던 만큼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추측도 더 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11월 건설지출은 전월과 같은 수준으로 정체(0%)됐습니다. 예상(+0.3%)을 밑돌았습니다. 웰스파고는 "11월 건설지출은 주거 부문의 소폭 증가가 비주거 소폭 감소를 상쇄하면서 변화 없었다. 데이터 센터, 전력망, 도로 투자는 이어졌지만, 대부분의 다른 비주거 부문은 약화했다. 전반적으로 건설지출은 금리 상승으로 인해 계속 둔화하고 있다"라고 풀이했습니다.
오늘 데이터가 나온 뒤 4분기 성장률 추정치는 낮아졌습니다.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는 3.1%에서 2.6%로 떨어뜨렸고, 골드만삭스는 2.4%에서 2.3%로 낮췄습니다. 다만 여전히 높은 수치이기 때문에 Fed 금리 인하 기대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Fed 워치 시장의 1월 금리 인하 기대는 11.2%를 기록, 연말의 9.6%보다 소폭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결국, 오후 4시 10분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4bp 내린 4.563%, 2년물은 0.8bp 하락한 4.244%를 기록했습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안감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는 어제도 트루스소셜을 통해 "관세가 (과거) 미국에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었다. 관세는 우리의 빚을 갚아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내일 119대 의회 개회를 앞두고 하원은 의장 선출에 들어갔는데요. 민주당과 자주 타협해온 마이크 존슨 현 의장에 대해 공화당 강경파 일부가 반대하고 있습니다. 의장으로 선출되려면 전체 과반수 득표(218표)가 필요한데요. 435석 중 사퇴한 맷 게이츠를 뺀 434명이 투표하고 민주당(215석)이 반대한다고 가정할 때 공화당 219명 중 2명만 이탈해도 재선이 불발됩니다. 이렇게 공화당의 의회 지배력이 불안한 상황이어서 감세 등이 제대로 통과될지 의문도 나옵니다. 어제 부채한도 유예 조치가 종결됐는데요. KPMG의 다이앤 스웽크 이코노미스트는 "재무부는 1월 중순부터 국가채무 불이행(디폴트)을 막기 위한 특별 조치에 들어갈 것이고, 의회는 여름까지는 부채한도를 다시 높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디폴트 위험이 있다. 부채한도를 둘러싼 드라마로 인해 2011년 이후 최소 두 개의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췄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장중 금리가 보합권까지 회복되자 달러 상승세는 거세졌습니다. 전장보다 0.77% 뛰면서 109.32를 기록,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까지 뛰었습니다.웰스파고는 "달러 강세 전망은 대선 이후 강화되었다. 이제 Fed의 완화 속도가 더 점진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반면 G10 중앙은행의 완화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본다. 트럼프가 부과하는 관세는 다른 국가들의 성장 전망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관세가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으로 이어진다면, 그 역시 달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역학의 조합으로 2025년 달러가 급등해 2002년 이후 마지막으로 본 수준을 시험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유로와 위안화가 동시에 크게 약화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크라이나를 통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이 끊어진 게 유로화를 약화시켰고요. 중국에서는 12월 차이신 제조업 PMI가 전달(51.5)보다 낮아진 50.5로 나오고 트럼프의 관세 발언까지 이어지면서 CSI300 지수가 2.9% 폭락하는 등 2016년 이후 최악의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이렇게 강한 달러는 고금리와 마찬가지로 미국 기업의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입니다. 주요 지수는 오후장 들어 하락세로 전환했고요. 결국, S&P500 지수는 0.22%, 나스닥은 0.16%, 다우는 0.36% 하락한 채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4분기 인도량을 발표한 테슬라가 6% 넘게 급락한 것도 시장 분위기를 흐렸습니다. 이에 따라 12월 최고점에서 20% 이상 급락했습니다. 4분기 차량 인도량은 49만5570대로, 전년 동기보다 1만1063대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월가가 기대한 50만 대 이상을 밑돌았죠.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인도량은 178만9226대로 2023년(180만8581대)보다 2만 대 가까이 줄었습니다. 연간 인도량 감소는 테슬라 설립 이후 처음입니다. 유럽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밀리고 있고, 중국 인도량은 전년 대비 늘었지만, BYD 등 중국 회사들의 증가율에 미치지 못합니다. 작년 11월까지 중국 내 전기차 시장은 8% 성장했지만, 테슬라의 주력인 모델 Y는 5% 증가에 그쳤죠. 긍정적인 점은 에너지 저장장치(ESS) 사업이었습니다. 4분기 11기가와트시(GWh) 등 지난해 31.4GWh를 판매했는데요. 이는 2023년 14.7GWh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그래서 오는 29일 발표될 4분기 실적이 기대보다 좋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비중확대 등급과 목표주가 400달러를 유지했는데요. "4분기 인도량 부진은 2025년 초중반 출시 예정인 모델Y 신모델(주니퍼) 출시를 앞두고 비교적 오래된 차량으로 짜인 라인업과 세계적인 저가 모델 증가에 기인한다. 4분기 ESS 사업은 긍정적이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스티펠은 "4분기 인도량이 주가에 부담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ESS 사업에서 11GWh 판매는 역대 분기 최고치이며, 이 사업에 대한 우리의 강력한 기대에 부합한다. 전반적으로, 완전자율주행(FSD)과 사이버캡의 견인력이 2025년 주가에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시장에 부담을 준 것은 테슬라뿐이 아니었습니다. 애플도 2.6% 하락했는데요. 로이터는 "애플이 중국에서 아이폰 16 모델에 대한 할인을 내놓았다"라고 보도했습니다. IDC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점유율은 2023년 3분기 0.3%포인트 하락했지만, 화웨이는 42% 급증했습니다. UBS(중립, 목표가 236달러)는 아이폰 판매 추정치를 낮췄습니다. "4분기 아이폰 매출에 대한 이전 예측 및 시장 컨센서스가 전년 대비 2% 성장이었던 데 비해 이제 4% 감소를 예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다행히 엔비디아 등 반도체 주식이 반등해 부정적 효과를 상쇄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젠슨황 CEO의 6일 밤 CES 기조연설을 앞두고 연일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매수, 목표가 190달러)는 "CES와 6일 기조연설을 앞두고 엔비디아 매수 등급을 재확인한다"라면서 ▲반도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이어지는 로보틱스 전략(Jetson Thor) 및 '물리적 AI(Physical AI)' 테마의 부상 ▲AI PC 분야로의 잠재적 진출 ▲데이터센터 업데이트(블랙웰 현황 및 하반기 업그레이드, 2026년 차세대 루빈에 대한 소개) 등을 기대했습니다.
산타 랠리에 대한 희망은 옅어졌습니다. 내일까지 S&P500 지수가 5974.07까지 올라야 산타 랠리가 완성됩니다. 2% 이상 뛰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오펜하이머에 따르면 1928년부터 따져서 산타 랠리가 성공하면 이후 1개월 수익률은 1.7%, 3개월 2.6%, 3개월 5.3%에 달합니다. 하지만 산타 랠리에 실패하면 1개월 -0.2%, 3개월 -0.7%, 6개월 +0.4%에 그칩니다.
미국개인투자자협회(AAII)가 조사한 최신 투자심리 조사를 보면 향후 6개월 강세장 전망은 35.4%로 줄었습니다. 2024년 4월 이후 최저입니다. 중립 시각이 8주 만에 처음 30%를 넘었고요. 약세장 전망은 지난 7주 동안 6번째 과거 평균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그만큼 투자심리가 약해졌다는 뜻이죠. 다만 여전히 강세장 전망에서 약세장 전망을 뺀 수치는 플러스(+)를 유지했습니다.
이처럼 낙관론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월가 대부분은 연말 하락 기간에도 거래량이 적었고 전반적 내러티브(탄탄한 경제 성장, 지속적 기업 이익, 회복력 있는 소비자, 트럼프 낙관론)에 실질적 변화가 없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비관론자' 중 한 명인 모건스탠리자산운용의 리사 샬럿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2024년 나쁜 연말에 대해 "나쁜 징조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이르다"라고 말했습니다.
메릴은 "투자자들에게 2025년 걱정거리 3가지가 있다"라며 "걱정하지 말라"라고 분석했습니다.
① 랠리가 끝났다는 우려
=지난 2년간 랠리는 그야말로 놀라웠다. S&P500 지수는 2년 연속 20% 이상 상승했다.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지수는 2024년 57번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5000선을 돌파한 지 276일 만에 6000선을 넘기도 했다. 이런 강력한 랠리 후 투자자들은 랠리의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몇 가지 긍정적 요인이 2025년에도 오름세인 성과를 뒷받침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 이익 성장과 배당금 증가 등 펀더멘털이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 S&P500 기업의 이익 증가율은 2024년 10%에서 2025년 15%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와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고하며, 경제 성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현재의 강세장이 끝난다면 역사적으로 매우 짧고 상승률이 적은 희귀한 수준일 것이다.
② 시장 집중화에 대한 우려
=시장은 여전히 일부 메가캡 종목에 집중되어 있다. S&P 500의 상위 7개 기업이 지수 시가총액의 30% 이상을 차지하며, 2024년 지수 성과의 약 절반을 이바지했다. 그러나 시장 참여가 확대되고 있다는 신호도 보인다. 동등 가중치 S&P500 지수(Equal Weighted Index)도 지난해 초 대비 12% 수익률을 기록했다. 2025년에는 시장의 폭이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형주와 중형주는 경제 성장과 인프라 구축 전망에 힘입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또 AI가 이끄는 혁신이 다양한 산업에서 생산성을 높이고 마진을 유지시켜 지속적 시장 확장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③ 주식 밸류에이션이 너무 비싸다는 우려
=밸류에이션이 장기 평균을 넘어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시장은 과거와는 다른 구조적 요인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밸류에이션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1980년에는 S&P500 기업의 70%가 제조업, 금융, 부동산 등 자산 집약적 산업으로 구성됐다. 현재는 50%가 기술 중심의 가벼운 자산을 가진 기업으로 바뀌었다. 이런 기업은 낮은 고정비로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생산성 및 규모의 경제를 더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만하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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