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구조조정' 주문한 신동빈… 운전대 잡은 '노·정·권 트리오'

입력 2025-01-03 15:05   수정 2025-01-0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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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1월 03일 15:0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한 가운데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이 그룹 구조조정을 총괄한다. 롯데지주 경영혁신실 노준형 사장과 정경운 상무, 권용식 수석 등 세 명이 구조조정의 '총대'를 멘다. 이들은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그룹의 구조조정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하지만 '헐값에 매각하진 않겠다'는 방침도 공유했다. 그만큼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작업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조조정 주도하는 경영혁신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작업은 지주의 경영혁신실이 주도하고 있다. 롯데는 식품·유통·호텔·화학 사업군을 헤드쿼터(HQ) 체제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부와 계열사 매각 등은 그룹 차원에서 총괄한다. HQ 단위의 '각개전투'로는 그룹이 당면한 재무적 위기를 헤쳐가고,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그리기에는 한계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경영혁신실은 노준형 사장이 이끌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노 사장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경영혁신실에 한층 힘을 실었다. 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 출신인 노 사장은 그룹 내 전략·기획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경영혁신실 투자전략팀을 이끄는 정경운 상무도 구조조정 작업을 주도하는 또 다른 '키맨'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 출신인 정 상무는 2020년 말 롯데쇼핑 기획전략본부장으로 합류했다. 강희태 전 롯데쇼핑 부회장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롯데쇼핑의 첫 외부 출신 총괄 임원으로 입사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 정 상무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을 주도하는 등 전문성을 발휘했고, 2022년 7월 지주에 합류했다.

정 상무를 도와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건 권용식 수석이다. 권 수석은 IB업계 관계자들과의 실무적 소통을 담당하고 있다.

이전에 롯데의 M&A를 주도하던 김승욱 전무(기업전략팀)와 서승욱 상무(신성장팀)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계열사로 이동했다. '양승욱'으로 불리던 두 사람의 인사 조치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김 전무는 롯데벤처스 대표로 이동한 반면 서 상무는 롯데웰푸드에서도 한직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두 명 모두 이훈기 전 롯데케미칼 사장이 지주 경영혁신실을 이끌던 시절 발탁한 '이훈기 키즈'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 전 사장이 용퇴하면서 다소 힘이 빠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매각에 유독 소극전인 롯데 문화 바뀔까
'노·정·권' 라인의 특명은 비주력 사업부와 계열사 매각에 유독 소극적인 롯데 특유의 문화를 깨는 일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초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사업에 집중하고, 부진한 사업은 과감히 매각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더욱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한 구조조정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롯데의 구조조정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말 재무적 위기설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뒤에야 등을 떠밀리듯 롯데렌탈 매각을 결정했다.

롯데는 그룹 차원에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지만 '폭탄 세일'은 없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소문과 달리 그룹의 재무적 위기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롯데그룹의 판단이다.

최근 롯데하이마트 매각설을 부인한 것도 이 같은 판단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 언론이 낸 롯데하이마트 매각 기사에 대해 롯데쇼핑은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 공시를 낸 바 있다. 하이마트 시가총액은 현재 1754억원 수준이다. 롯데는 2012년 하이마트 지분 62.25%를 1조2480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롯데가 보유한 하이마트 지분 가치를 시가로 계산하면 2012년과 비교해 10분의 1 토막이 났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도 인수가를 고려하면 손해가 크다. 이런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매각에 나서진 않겠다는 것이 롯데의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비주력 사업부와 계열사를 정리하더라도 명분을 확실히 하고, 이익을 남겨야 한다는 원칙이 확고하다"며 "'칼잡이' 역할을 맡은 경영혁신실이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롯데의 문화를 이겨낼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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