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주요국 증시 중 상승률 '꼴찌'를 기록했던 코스닥 지수가 올해 반등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그동안 코스닥은 '홀수 해'에 통상 강세장을 나타낸 데다, 올해 테마와 개별 이슈에 대한 모멘텀(상승동력) 환경이 조성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새해 첫 거래일이었던 전날 코스닥 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1.24% 오르면서 2025년을 시작했다. 반면 코스피 지수는 0.02% 떨어졌다. 기관 투자자가 그동안 많이 올랐던 대형주를 판 대신 중·소형주를 담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 코스닥 업종별로 보면 △일반서비스 △제조 △제약 △의료정밀기기 △기계장비 △전기전자 순으로 많이 올랐다. 종목별로는 알테오젠, 휴젤, 리가켐바이오 등 제약바이오에 개인 매수세가, 에스피지, 로보티즈, 클래시스, 실리콘투, 브이티 등 로봇과 화장품 업종에 기관 매수세가 몰렸다.
코스닥은 지난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정보 사이트 인베스팅닷컴이 제공하는 글로벌 주요 32개국의 43개 증시 지수의 등락률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가 상승률 최하위에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은 지난 한해 21.74% 떨어지면서 글로벌 43개 지수 중 43위를 기록했다. 3년 넘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의 RTSI 지수(-17.56%)보다도 낮은 수치다.
지난해 정부가 추진했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효과가 대부분 코스피로 쏠린 가운데 반도체 업황 부진, 8월 블랙 먼데이, 11월 미국 대선, 12월 비상계엄 선포 사태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결과다. 특히 코스닥 주도주였던 2차전지 업종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증시에서 그동안 소외됐던 코스닥 시장이 강세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스닥은 통상 '짝수 해'보다 '홀수 해'에 강세장을 나타낸 경향이 있다.
1997년 이후 코스닥 지수가 한해 30% 넘게 하락한 해는 총 여섯 차례(1998년, 2000년, 2002년, 2008년, 2020년, 2022년)였는데 모두 짝수 해였다. 이후 홀수 해에는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2001년과 2009년에는 연중 최고 상승률이 70%를 넘는 등 강세장을 보였다.
코스닥 신용잔고도 6조2000억원가량으로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까지 내려왔다. 신용잔고 수준이 낮다는 것은 안정적인 수급이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통상 1월에는 코스피 대비 코스닥, 대형주 대비 소형주에서 상승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성이 관찰된다"며 "연말 대주주 양도세출회 자금 재유입, 기관 투자자의 신규 자금 집행 등의 수급적 요인 속에서 낙폭과대주의 반등이 1월에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소비자가전전시회(CES), JP 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갤럭시 언팩 등 1월 초중순까지 다수의 이벤트가 대기하는 점도 연초 중소형주 중심의 테마 장세가 펼쳐지게 되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헬스케어, 2차전지 등 그동안 코스닥 시장을 주도했던 업종들의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LS증권은 올해 코스닥 반등 기대 요인으로 △정치 불확실성 해소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확정 이후 개인 투심 회복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 등 3가지를 꼽았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9일 코스닥 지수는 5% 넘게 폭락했지만 이후 곧바로 급등세를 펼치면서 강세장을 펼쳤다"며 "코스닥이 바닥을 다졌다는 기대를 가질 요인은 아직 중·소형주로까지 본격화되지 않은 개인 매도세"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알테오젠,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의 빈자리를 채워준 건 엔터, 조선, 소프트웨어, 벤처 등 새로운 주도 테마였다"며 "실적 기대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 변화인 점이 당분간 개별 종목 중심의 접근이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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