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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200억원대로 성장했으니 내 몫 50억원을 내놓으라." 형제간에 나눈 이 대화는 최근 한 유산 분쟁 현장에서 실제로 오갔다. 하지만 이 사연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상속 다툼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사연의 주인공 A씨는 전형적인 '샐러리맨'이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아버지 덕에 안정된 삶을 살았지만, 금융위기가 덮쳤다. 부친의 회사가 휘청이자 그는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모아둔 돈과 대출금을 쏟아부어 회사를 살리기로 한 것이다.
부친은 A씨의 결단에 화답했다. 당시 5000만원 상당의 회사 주식을 증여하며 경영권을 넘겼다. 이후 10년, A씨는 말 그대로 회사에 올인했다. 부도 위기의 회사는 이제 200억원대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부친이 최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회사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던 동생 B씨가 "유류분 50억원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건 것이다. A씨가 생전에 증여받은 주식이 200억원에 달하므로 50억원 상당의 유류분 부족액을 반환하라는 내용이다. 과연 A씨는 동생 B씨에게 50억원을 반환해야 할까?
법원의 고민...노력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까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법정상속인 중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배우자에게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피상속인의 재산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유류분반환청구는 유류분 부족분을 한도로 인정되는데, 유류분 부족액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법정상속분과 유류분 비율(1/2)을 곱한 금액에 해당 유류분권자가 피상속인의 재산에서 취득한 재산을 공제하여 계산한다. B씨의 주장대로라면 200억원의 4분의 1인 50억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산정 방식이 과연 공정할까. 5000만원짜리 회사를 200억원대로 키운 A씨의 10년 노력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법조계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실무상 유류분반환청구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생전증여가 얼마가 되는지 여부다. 특히, 유류분을 계산할 때 생전에 증여 받은 재산의 가액을 증여 당시의 가액으로 평가할지 상속개시시의 가액으로 평가할 지 견해가 대립할 수 있다.
대법원은 1997년 "유류분 계산시 증여받은 재산은 상속개시 시점의 가액으로 평가한다"고 판시했다(96스62). 이 경우 A씨가 증여받은 주식의 가액을 상속개시시를 기준으로 평가하면 200억원이 되므로, B씨의 유류분 부족액은 50억원(=200억원X1/2X1/2)으로 인정될 수 있다.
하급심의 진전된 판단..."경영활동 가치 인정해야"
하지만 2015년에는 "증여받은 토지를 수증자가 자비로 개발해 가치가 오른 경우, 개발 이전 상태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2010다104768).
최근 하급심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증여받은 자의 적극적 경영활동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한 경우, 이를 유류분 산정에 그대로 반영하면 청구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준다"며 "증여 당시 1주당 가치를 기준으로 강속개시 당시의 화폐가치로 환산해 '상속개시 당시의 가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례대로라면 A씨의 사례는 어떻게 될까. 10년 전 5000만원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현재 약 6000만원. B씨가 받을 수 있는 유류분은 200억원이 아닌 6000만원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유류분제도는 재산 분배의 형평성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의 노력과 성과를 배제한다면, 이는 제도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앞으로도 법원의 판단은 이런 균형점을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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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웅규 법무법인(유한) 바른 파트너 변호사ㅣ 서울대 법학대학 학사, 동 대학원 석사(민법/신탁법 전공)를 졸업하고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에서 1년간 연수했다. 상속자문·상속분쟁·기업승계 등 자산관리와 자산승계 분야 전문 변호사로 대기업 및 중견·중소기업 오너 일가의 상속재산분할, 유류분 반환청구 등 다수의 상속분쟁 및 상속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국내 최초로 로펌 내 종합자산관리센터인 'Estate Planning Center'의 설립을 주도하여 현재 자산승계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다. 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삼성전자, 삼성생명,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성균관대, 부산외국어대 최고국제경영자과정(AMP), 전미한인공인회계사협회, 어바인 한인상공회의소 등에서 많은 강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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