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가 2025년 새로운 정보기술(IT) 키워드로 급부상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양자역학 100주년을 맞아 UN은 올해를 '양자 과학 기술의 해'로 지정했다.
4일 IT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달 자체 개발한 최신 양자 칩인 '윌로우'를 공개했다. 이는 105개의 큐비트(qubit)를 사용해 기존 슈퍼컴퓨터가 수십억년 걸려 풀 문제를 단 5분 이내에 해결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등 엄청난 양자 연산 능력을 제공한다.
양자컴퓨터는 빠른 연산 능력에 반해 정확성 문제가 늘 대두됐다. 그러나 윌로우는 이러한 정확성 면에서 많은 부분 개선된 것으로 전해진다.
양자컴퓨터 열풍으로 관련 테마 주식의 주가도 고공행진 하고 있다. 양자컴퓨터 주주 인증 방에서는 엄청난 수익률을 인증하는 게시물이 쏟아지기도 했다.
현재 미국을 기준으로 떠오르는 양자컴퓨터 관련 주는 '아이온큐', '리게티컴퓨팅', '퀀텀 컴퓨팅', '디웨이브퀀텀' 등이 꼽힌다. 한 달 새 양자컴퓨터 대장주로 꼽히는 아이온큐는 32.7% 상승했으며 다른 테마주인 리게팅 컴퓨팅은 500% 이상, 퀀텀 컴퓨팅과 디웨이브퀀텀은 200% 이상 올랐다.
연간으로 따지면 1년 새 1000~2000% 이상 폭등했다.
일각에서는 양자컴퓨팅 기술은 여전히 개발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투자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추정되는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점은 빠르면 2030년으로 그전까지 주가에 많은 변동이 있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이 기술이 상업적으로 널리 채택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추가적인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양자컴퓨터 기업의 대부분은 초기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이거나 R&D 단계가 중심인 회사들인데 대체로 시장의 변동성에 매우 민감해 투자자에게 높은 리스크를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에 투기적 성격이 강하다
양자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비트코인'등 암호화폐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계산'능력에서는 위험 가능성이 작지만 양자컴퓨터의 주요 기술 중 하나인 '암호해독' 능력이 그 이유다.
양자컴퓨터는 '소인수분해'에는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능력인 '해시함수'를 푸는 데는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학계에선 보고 있다. 아직 양자컴퓨터 기술에서는 해시함수를 효과적으로 역산하는 알고리즘이 개발되지 않았다.
또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은 최대공급량이 정해져 있고 채굴 속도 또한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빠른 채굴로 인해 시장에 코인 공급이 늘어 코인 가격이 하락할 확률은 현저히 낮다.
다만 '암호해독', '해킹' 능력의 측면에서는 여전히 암호화폐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많은 암호화폐는 공개 키 암호화 기술을 사용하여 계산 보안을 유지한다. 이 암호화 방식은 현존하는 슈퍼컴퓨터도 풀기 어려운 복잡한 수학적 문제를 기반으로 하는데 양자컴퓨터는 이러한 복잡한 수학적 문제를 매우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현재 널리 사용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 알고리즘을 쉽게 해독하게 된다면 이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암호화폐 보안 체계를 위협할 수 있다.
이에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양자 컴퓨터에도 견딜 수 있는 '양자 내성 암호'(quantum-resistant cryptography)의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CES)에도 양자컴퓨팅 분야 콘퍼런스가 마련되는 등 전 세계가 양자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빅테크인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을 중심으로 양자컴퓨터 투자액을 늘리고 관련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도 올해 양자를 포함한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을 지난해보다 21.2% 늘렸다.
전통적인 컴퓨터는 정보를 0 또는 1상태의 이진법의 '비트'로 저장하고 처리하는데 양자컴퓨터는 0과 1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중첩상태인 '큐비트'를 활용해 정보를 처리한다.
양자컴퓨터는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게 하는 '중첩' 뿐 아니라 이를 서로 깊게 연결하는 '얽힘'의 상태는 한 큐피트의 상태가 다른 큐비트의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해 매우 복잡한 계산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양자컴퓨터는 빠른 계산 능력을 통해 금융, 제약, 자동차,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창출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의 성공적인 상업화는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어 현재 많은 기업과 국가들이 초기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상욱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단장은 "이미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양자컴퓨터를 일부 제한된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가정에서 사용될 시점은 대략 3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며 "해당 기술의 개발로 응용 분야에서는 양자 화학, 산업에서는 신소재와 신약 개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측되며 사실상 컴퓨터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다양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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