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킹달러' 온다…"환율 1500원 대비하라"

입력 2025-01-04 15:33   수정 2025-01-0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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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다. 작년 3분기까지만 해도 1300원대에 형성되던 원·달러 환율은 11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1400원을 돌파하더니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1470원대까지 급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3월 이후 약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원화 가치를 강세로 이끌 모멘텀을 찾을 수 없다며 원·달러 환율의 1500원 돌파 가능성을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도 한국의 산업경쟁력 약화로 인해 환율이 1400원 밑으로 떨어지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다.
대내외 불확실성에 환율 급등
원·달러 환율은 작년 하반기 이후 줄곧 높은 변동성을 보여왔다. 7월 3일엔 주간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 1390원60전으로 1400원에 육박했지만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발표한 이후 한국 수출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감에 9월 30일 1307원80전까지 떨어졌다. 9월까지만 해도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인 점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우며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렸다.

하지만 10월 들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차기 대선 당선 가능성이 대두되며 원·달러 환율은 가파른 속도로 올랐다. 실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11월엔 달러당 원화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보편관세 부과 등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미국의 물가를 자극해 Fed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리스크’로 상승하던 원·달러 환율에 기름을 부은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이로 인해 전개된 탄핵 정국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 등 원화 자산을 투매했다.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당일 12월 3일 1402원90전에서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인 30일 1472원50전으로 약 한 달 만에 69원60전 급등했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상회한 것은 2009년 3월 13일(1483원50전) 이후 처음이다.
“단기적으로 1500원 돌파 가능성”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가치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지난달 “이제 기준금리 인하 속도에 신중해야 할 시점”이라며 매파적 색채를 드러낸 가운데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도 해소되려면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Fed의 매파적 성향, 국내 정치혼란 등 모든 대내외적 요인이 원화 가치에 우호적이지 않다”며 “원·달러 환율이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일 전까지 1490원까지 오르고, 단기적으로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 반전은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를 결정한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게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12월 이후 확대된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될 수 있는 모멘텀은 탄핵 결정”이라며 “탄핵의 인용이든 부결이든 정치적 방향성이 확실해지는 것은 원화의 강세 요인”이라고 했다.

다만 박 전문위원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오히려 커진다면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국가신용도 강등이 현실화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의 전망치 상단을 기본적으로 1500원으로 설정했지만, 국내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면 이마저도 더 높게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中에 산업경쟁력 밀려…원화 구조적 약세”
탄핵 결정과 대통령 선거가 이뤄져 국내 정치적 혼란이 일단락돼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하회할 정도로 진정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산업경쟁력이 중국에 뒤처지고 있고, 정치 불안과 고령화로 한국이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낙원 농협은행 FX전문위원은 “2023년 대중 무역수지가 수교 이후 3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이후 더 이상 흑자로 돌아올 수 없는 구조적 문제에 봉착했다”며 “원·달러 환율이 1월 중 1500원을 찍고 2분기엔 평균 1430원, 하반기 평균 1400원 정도로 내려가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전문위원은 “한국은행 등 많은 기관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올해 원·달러 환율이 기본적으로 ‘상고하저’ 흐름을 보이겠지만, 1%대 저성장이 고착화되면 1400원대의 환율도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정훈 연구위원은 “세월호 사고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대규모 인명사고로 인한 사회적 침통함은 내수 소비에 즉각 영향을 준다”며 “무안 제주항공 사고로 경제가 타격을 입어 1분기엔 경제가 역성장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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