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반도체 공정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호환성이 월등한 새로운 비정질 준금속 나노 극 초박막 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나노 극 초박막 물질은 기존에 알려진 금속과는 완전히 다른 성질을 가진 것으로 그동안 이론 연구로만 존재했던 미지의 물질에 대해 처음 실험적으로 입증해 낸 것으로, 앞으로 차세대 반도체의 원천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3일 아주대학교에 따르면 오일권 교수(지능형 반도체공학과·전자공학과) 국제 공동 연구팀이 반도체 배선 물질로 사용되는 극 초박막에서 비저항이 작아지는 차세대 금속 물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준금속 물질은 박막의 두께가 줄어듦에 따라 비저항이 증가하는 기존 금속들과는 반대로, 박막의 두께가 줄어듦에 따라 비저항이 급격히 줄어드는 특성을 보인다.
해당 내용은 ‘극 초박막 비정질 NBP 준금속 내 표면 전도와 전기 비저항의 감소’ 제목으로 글로벌 저명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 1월호에 게재됐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전자공학과의 에릭 팝(Eric Pop) 교수· 아시르 인티자르 칸(Asir Intisar Khan) 박사가 함께 참여했다.
아주대 연구팀은 물질 합성과 메커니즘 및 물성 연구를 수행했고,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물질 합성과 전기적 특성 연구를 맡았다.
반도체의 주요 공정 중 하나인 금속 배선은 반도체 칩 안에 있는 단위 트랜지스터 소재를 연결하는 공정이다.
마치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과 마을, 집과 집 곳곳을 연결하는 도로와 같아, 수 cm 수준의 반도체 칩 한 개에 100km에 달하는 금속 배선 물질이 사용된다. 이 금속을 통해 전자가 흘러 정보를 저장하거나 연산해 하나의 칩으로 구동된다.
반도체 소자의 크기가 줄어듦에 따라, 금속 배선의 선폭도 지속해서 작아지는데, 이에 현재 개발된 수준의 반도체 소자는 전자가 충돌까지 걸리는 거리인 자유 행정 거리 보다도 선폭이 작아진 상황에 놓였다.
이에 따라 미세화된 배선에서는 전자가 부딪칠 확률이 높아지고, 결국 비저항 값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에 반도체 소자의 미세화에 발맞춰 더 낮은 비저항을 갖는 금속 물질을 찾는 것이 산업계와 학계의 화두다.
반도체의 금속 배선 물질로 주로 사용돼온 구리(Cu)뿐 아니라 최근 구리를 대체하는 물질로 제시돼 온 몰디브데넘(Mo) 또는 루테늄(Ru) 등의 물질 역시 한계를 보인다.
이 물질들 역시 특정 두께 이하에서는 비저항이 급격히 증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당장은 구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해도, 결국에는 또 다른 신물질이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특정 물질을 새로이 반도체 공정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수 백억원에서 수조 원 단위의 투자금이 소요되기에 월등한 성능을 가진 물질에 대한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재 아주대 연구팀은 이에 대한 후속 연구로 원자층 증착 공정 기반의 위상 준금속 공정을 개발하는 중이다.
원자층 증착법은 물리 기상 증착법에 비해 원자 단위로 박막의 두께를 조절할 수 있어 미세화에 더 적합하다. 이에 상용화에 더 가까운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오일권 아주대 교수는 “그동안 시도된 적 없는 연구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물질에 대해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입증해 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를 통해 확보한 신개념 금속 물질은 한계에 직면한 미래 반도체 기술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미래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선점할 원천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응용 가능성이 무한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우수 신진 연구와 아주대학교 신임 교원 정착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수원=윤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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