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개회를 앞두고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는 36쪽에 달하는 의회 규칙 패키지를 제안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마지막에 언급된 12개 주요 법안 추진 계획이다.
12개 법안은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의제를 반영하고 있다. 연방정부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하려면 미국 시민권 증명을 요구하도록 국가유권자등록법을 개정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앞서 민주당이 선거 기준을 완화해 부정한 표를 다수 획득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민자 통제에 관한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 공화당은 성범죄·가정폭력을 저지르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외국인은 입국할 수 없으며 입국했더라도 추방 대상이 되도록 이민국적법을 개정하고, 경찰 등 법 집행관 폭행도 추방 대상 범죄로 규정하자고 주장했다. 또 미국에서 절도 혐의로 기소된 외국인을 국토안보부 장관이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셰일오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파쇄 공법(프래킹) 일시중지(모라토리엄) 조치를 금지해 프래킹이 보다 쉽게 이뤄지게 하는 법안, 낙태 시도 후 생존한 아동에게 의료인이 적절한 진료를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도 트럼프 당선인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트랜스젠더 여성이 일반 여성과 함께 스포츠 경기에서 다투지 않도록 체육 분야에서 ‘성별은 출생 시 생식생물학과 유전학에만 근거해 인정한다’는 법안 또한 주요 의제에 들어 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을 비롯한 하원 공화당 지도부는 폭스뉴스 기고문에서 “우리는 의회의 공화당 지도부로서 트럼프 당선인의 개혁·정책 공약을 순조롭게 이행하고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는 공격적 계획을 준비했다”고 정책 패키지를 설명했다.
겨우 두세 명의 이탈표만으로도 투표 결과가 뒤집힐 수 있는 만큼 한 표의 무게가 훨씬 무거워졌다. 지도부와 거래해 지역구에 유리한 정책 등을 얻어내려는 ‘캐스팅보트 지향’ 의원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하원의장 재선출 문제를 놓고 공화당 내 전선이 나뉘고 있다. 칩 로이 등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은 작년 말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폐지하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안건을 제안했다는 이유로 존슨 의장 재선출에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토머스 매시 공화당 의원이 이미 반대를 확언했기 때문에 존슨 의장은 오는 5일 의장 선거에서 나머지 218명 전원의 표를 얻어야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피터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 등을 두고서도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임기가 6년인 상원은 2년 임기인 하원보다 ‘마이웨이’ 성향이 강하다.
당론에서 이탈하는 표가 나올 수 있는 것은 민주당 쪽도 마찬가지다. 존 페터먼 민주당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은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의제에 동감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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