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9시께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은 전날 밤부터 철야 집회를 이어온 보수단체 회원 등 시민 1200여 명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수호하라”는 구호를 반복해 외치며 결속을 다졌다. 이날 오후부터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맞불 집회’가 열리면서 현장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헌정사상 최초로 이뤄진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실패로 돌아갔지만, 재청구 가능성이 남아있어 당분간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오전 이른 시간부터 보수단체 회원들을 중심으로 거센 저항이 이어졌다. 거리 곳곳엔 ‘민주주의 이용한 민주주의 파괴를 중단하라’ ‘반란 수괴 사법농단 이재명 긴급 체포하라’고 적힌 깃발이 나부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야말로 대한민국의 희망”이라며 탄핵 반대 세력의 결속을 촉구했다.
관저 근처에선 탄핵 찬반 세력 간 갈등도 고조됐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윤석열 수호”를 외치자, 맞은편 육교에서는 탄핵 찬성 시민들이 “내란 수괴” “닥쳐라” 등의 반응으로 맞섰다. 특히 오전 11시께 “하야하라”는 구호를 외치는 중년 남성이 나타나자 보수단체 회원 10여 명이 몰려들어 언성을 높이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이 즉각 개입해 상황을 진정시켰지만, 양측 간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탄핵을 촉구하는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체포영장 집행 실패 이후 “공수처는 경찰력을 보강하고 즉시 영장 집행을 재개해 내란 수괴를 체포해야 한다”며 “방해하는 경호처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입건해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이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2번 출구 앞에서 맞불 집회를 열면서 양측 간 대립은 최고조에 달했다. 참가자들은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 “경호처는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탄핵 찬반 단체의 집회는 이날 밤까지 이어졌고, 이 중 일부는 1박2일 철야 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퇴근 시간에도 관저 인근에서 집회가 지속되며 한남오거리에서 북한남삼거리 방향 한남대로 전 차로가 통제돼 차량이 우회하는 등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공조수사본부가 주말 사이 영장 재집행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현장의 갈등도 이번 주말 이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발부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한은 오는 6일까지다.
김다빈/안정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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