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초읽기…亞·유럽 제조업 한파 몰아친다

입력 2025-01-03 17:51   수정 2025-01-04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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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와 유럽 등 주요 국가의 지난달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보호무역주의 강화 우려가 커지면서 각국 업황 전망이 악화하고 있다.
○얼어붙은 각국 체감 경기

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의 작년 12월 PMI가 대부분 전달 대비 하락했다.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은 42.5로 전월보다 0.5포인트 떨어졌다. 생산과 신규 수주가 대폭 감소해 당분간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중간재 부문은 지난 1년 사이 가장 급속히 침체했다. 제조업 고용자는 18개월 연속 줄었다. 영국(47)과 프랑스(41.9)도 전달보다 떨어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로존 PMI는 2022년 중반 이후 50을 밑돌고 있다.

중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주요 제조업 국가도 마찬가지다. 경제 매체 차이신이 발표한 중국의 작년 12월 PMI는 50.5를 기록해 전월보다 1포인트 내렸다. 중국은 관세 부과 전 재고를 채우려는 미국 기업들의 주문으로 11월까지 3개월 연속 올랐으나 정권 교체가 임박해지자 주문이 크게 줄었다. PMI는 주요 기업 구매관리자를 대상으로 신규 주문 건수, 고용 동향 등을 조사한 체감 지표다. 통상 3~5개월 경기를 선행하는 지표로 쓰인다.

외신은 글로벌 경기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 한국 경기 지표도 주목했다. 지난주 한국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제조업 업황 전문가 서베이지수(PSI) 1월 전망치는 75로 지난해 12월보다 21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2022년 11월(70) 후 2년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황의 PSI 전망치가 65에 그쳐 전월에 비해 59포인트 하락한 영향이다.
○트럼프 ‘마가노믹스’ 공포
주요국 PMI가 경기 위축을 나타낸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인 이른바 ‘마가노믹스(Maganomics)’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과 공동으로 미국, 영국,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서 활동하는 경제학자 22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유로존 경제는 ‘약간 부정적’이 72.1%, ‘크게 부정적’이 13.2%였고 미국 경제는 ‘약간 부정적’이 50%, ‘크게 부정적’이 11%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에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매기고, 중국에는 6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들어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중국 정부 목표치인 5%에 대폭 미달하는 4.1%로 낮춰 잡았다. 일각에선 고율 관세로 대미 수출이 어려워진 중국이 한국·일본과 유럽 각국에 잉여 제품을 덤핑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강력한 관세 정책을 동원할 예정이어서 글로벌 제조업 경기는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살얼음판’ 미국 경기가 관건
올해 세계 경기의 중대 변수가 될 미국의 제조업 경기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S&P글로벌이 이날 발표한 12월 PMI 확정치는 49.4로 전달(49.7)보다 소폭 하락했다. 제조업 생산은 5개월 연속 감소세다. 가계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신용카드 연체율은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평균 수준보다 거의 1%포인트를 웃돈다. 지난해 상반기 카드사의 채권 상각 규모가 201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 국채 규모는 3조달러로 추산된다. 채권 전문 자산운용사 핌코의 마크 세이드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미국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져 일정 한도를 넘으면 국채 투매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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