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獨·佛 대형은행, 한국 외환시장 합류…"환율 안정 효과 기대"

입력 2025-01-03 18:10   수정 2025-01-04 01:18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영업하지 않던 대형 투자은행(IB)들이 속속 한국 외환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최근 2년간 외환시장 접근 편의성이 높아진 데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등으로 원화 거래 유인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은행이나 증권사에 별도 계좌를 만들지 않고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외환과 자본 시장 규제를 추가로 완화할 방침이다.
○ 외환시장 들어오는 해외 대형 금융사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독일 최대 은행인 코메르츠방크와 프랑스 2위 IB인 나틱시스, 캐나다 2위 은행인 토론토도미니언(TD), 글로벌 3대 신탁은행인 미국 노던트러스트 등 해외 금융회사가 한국 외환당국을 통해 해외 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선 대만의 일부 은행이 RFI 등록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RFI는 재무 건전성 등 외국환거래법에서 정하는 요건을 갖춰 외환당국에 등록한 해외 소재 외국 금융회사다. RFI로 등록되면 국내에 지점을 두지 않고도 외국인 고객에게 원화 환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르면 1분기 안에 RFI 등록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다.

외환당국에 따르면 이날까지 RFI 등록을 마친 지점은 총 40곳. 이들은 모두 예전부터 국내에 영업 사무소를 두고 있는 금융회사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현재 RFI 신규 등록 절차를 밟고 있는 금융회사는 국내에 지점을 둔 적이 없거나 과거에 영업하다가 철수한 곳들”이라고 전했다.
○ 환율 안정 효과 기대
이들 금융회사가 최근 불거진 탄핵정국에 아랑곳하지 않고 RFI 등록 절차를 계속 밟는 것은 원화 자산을 거래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지수제공업체인 영국 FTSE(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 러셀이 지난해 10월 한국 국채를 WGBI에 편입한 결정이 대표적이다. WGBI는 연기금을 비롯한 초우량 글로벌 투자자들이 벤치마크로 활용하는 지수로 추종 자금이 3조달러(약 4039조원)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WGBI에 편입되는 올해 11월 전후 국내로 들어올 외국인 자금이 660억~7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환시장 접근성이 개선된 것도 한국 시장 매력이 높아진 요인으로 거론된다. 외환당국은 2023년 2월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을 발표한 후 2년 동안 외환시장 운영 시간 확대 등 시장 개방 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 외국인 투자 규제 추가 완화 검토
정부는 RFI가 늘어날 경우 원화 거래 수요가 증가하면서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채 발행에 따른 정부의 비용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국채를 사겠다는 해외 투자자가 많을수록 채권을 낮은 금리에 발행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은행이나 증권사에 별도 계좌를 만들지 않고도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장기 과제로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채권의 경우 해외 투자자가 국내 계좌를 만들지 않고도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등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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