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영국에 "북해 풍차 없애고 석유 규제 풀어라"

입력 2025-01-03 23:40   수정 2025-01-03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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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정부를 향해 북해상의 풍력발전기를 없애고 원유와 가스 시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은 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영국이 큰 실수를 하고 있다"며 "북해를 개방하고 풍차(windmill)를 없애라"고 썼다. 북해를 개방하라는 것은 석유 시추 관련 규제를 완화하라는 의미이며, 풍차는 풍력 발전기(wind turbine)를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같은 글과 함께 미국 셰일 기업 아파치가 영국의 횡재세 때문에 북해에서 철수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번 발언은 석유와 가스 등 탄소 에너지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는 영국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풀이했다. 영국은 2030년까지 발전 부문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에 따라 화석 연료 발전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 발전 용량을 늘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줄곧 미국의 셰일가스 시추 관련 규제를 철폐해 석유 생산을 늘리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는 셰일 업계 출신인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에너지 장관에 지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SNS에 공유한 기사에 따르면 아파치는 영국 정부가 부과하는 횡재세 때문에 북해 시추 사업의 경제성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2029년까지 북해에서 철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미 작년 6월 북해 유전 시추를 중단했다. 이후 영국 정부는 북해의 석유·가스 생산업체에 대한 횡재세를 35%에서 38%로 인상하고 부과 기간을 1년 연장한다고 작년 10월 발표했다.

영국 정부의 세율 인상으로 북해에서 원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잇따라 북해에서 철수하고 있다. 이미 영국의 석유·가스 기업 하버 에너지가 북해 유전의 지분 매각에 나섰다. 미국 최대 석유기업 엑슨모빌은 작년 7월 북해 지역에서 철수를 완료했다.

한편 영국 내에서도 트럼프 당선인에 일부 동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국 제1야당 보수당의 케미 베이드녹 대표는 보수당 회의에서 "나는 기후 회의론자는 아니지만 넷 제로에 대해선 회의적"이라며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서두르는 것은 단기적 홍보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서두르는 것은 영국을 최대 녹색기술 수출국 중국에 부당하게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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