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의장은 지난 3일 하원에서 2차례의 투표 끝에 218표(과반)를 간신히 얻어서 의장 재선임에 성공했다. 1차 투표에서 219명 공화당 하원의원 중 3명의 이탈표가 나와서 216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의장선임을 위해서는 과반인 218표를 얻어야 하는데 내부단속이 되지 않아 재선임에 실패한 것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는 민주당 전원의 지지로 215표를 확보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하원의장 선임 과정은 드라마 같았다. 공화당 의원 중 토머스 매시 의원(켄터키주)는 처음부터 존슨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인 매시 의원은 존슨 의장이 공화당의 가치에 반해 민주당과 야합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미국민을 감시하도록 승인했으며(FBI 예산승인), 연방정부 예산을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존중하지만 존슨은 그저 그 자리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 랠프 노먼 의원과 키스 셀프 의원도 각각 존슨 의장 아닌 다른 사람에게 표를 던지는 방식으로 그의 의장선임에 반대했다. 노먼 의원 외의 다른 프리덤 코커스 의원들은 처음에는 호명받았을 때 투표를 하지 않고 관망하다가 이탈표가 2표 이상 나오자(과반달성 실패를 의미) 그제서야 존슨에 대한 지지를 보였다. 이렇게 관망했던 이들 중에는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클 월츠(플로리다주) 의원도 포함됐다. 그러나 1차 부결 후 골프를 치던 트럼프 당선인이 소식을 듣고 직접 노먼 의원과 셀프 의원에게 전화를 해서 "시간을 끌지 말자"면서 찬성표를 요청했고, 두 명이 마음을 바꾼 덕에 2차 투표에서 존슨 의장은 가까스로 218표를 얻어 재승인에 성공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존슨 의장의 재선출 후 트루스소셜에 "전례 없는 신뢰의 투표였다"고 게시하며 존슨 의장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존슨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당선인)은 아마도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화답했다.
한편 존슨 의장은 4일(현지시간) 공화당 의원들에게 트럼프 당선인이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큰 조정법안을 원한다”고 전달했다. 이는 많은 공화당 의원들이 두 개의 별도 예산조정(reconciliation) 법안을 생각했던 것과 대비되는 요청이다.
앞서 존 슌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 달 2개의 조정패키지 포함한 계획을 제시했으며, 하원 프리덤코커스도 12월에 이 계획 지지하는 서한을 존슨 의장에게 보낸 바 있다. 두 법안은 국경안보와 국방문제, 감세연장과 기타 문제를 분리해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국경안보를 먼저하되 ‘작은 법안’으로 하고, 제대로 된 감세와 기타 등등 패키지는 여름까지 큰 법안으로 하자는 구상이었다. 이는 공화당이 트럼프 정부 임기 초에 빠르게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유리한 방식이다.
이를 합쳐서 예산조정 패키지를 만드는 단일 법안 전략은 일단 법안 통과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제이슨 스미스 하원 세입위원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법안을 주장해 왔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이탈표가 나와선 안 됨. 두 개로 나눠서 하면 국경 관련 패키지는 통과하겠지만 감세 패키지는 통과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다. 지난 수십년 동안 어떤 정당도 같은 해에 두 개의 조정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도 그가 단일 패키지를 주장했던 이유다. 트럼프 당선인이 단일 패키지 통과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만큼, 공화당의 전략도 수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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