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英·호주·캐나다, 기업 ESG 보고서 의무화한다

입력 2025-01-05 16:49   수정 2025-01-0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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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정책과 경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이 올해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등 ‘기차는 이미 출발했다’는 전망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에너지 지정학의 판도가 급변하는 만큼 기업들로선 ESG 경영과 관련해 전략적인 판단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 ESG 공시 의무화
올해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곳은 유럽연합(EU),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이다. EU는 매출 4000만유로(약 611억원) 이상, 자산총액 2000만유로 이상, 직원 250명 이상 등의 요건 중 두 가지만 충족해도 ESG 보고서를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 EU를 수출 시장으로 삼고 있는 자동차, 반도체 등 국내 주요 기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자본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은 전체 공급망에 걸쳐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등을 산출해야 해서다. 한 대기업 ESG담당은 “대기업은 연쇄적으로 협력사의 탄소배출량을 계산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문제지만, 자칫 숫자가 틀릴 경우 행동주의 펀드나 환경단체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2) 지속가능항공유(SAF) 의무화 시행
산업계에선 항공 부문이 올해부터 친환경 트렌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간다. EU는 올해부터 세계에서 처음으로 SAF 첨가 의무화 제도를 시행한다. SAF는 폐식용류, 폐플라스틱 등을 재활용해 만든 항공유를 뜻한다. 탄소배출량이 기존 항공유(등유) 대비 80% 이상 줄어든다. EU 국가에서 출발하는 모든 비행기는 국적을 불문하고 항공유에 SAF를 2% 이상 첨가해야 한다. EU는 매년 단계적으로 이 비율을 높여 2050년에는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항공사 및 정유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준비 태세를 갖추고는 있지만,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SAF는 일반 등유보다 2~5배 비싸다. 정유사엔 비상등이 켜졌다. 등유는 정유사들의 주요 수출 품목이다. 유럽 등을 시작으로 글로벌 항공사들이 등유 소비를 줄이면 정유사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3) 에너지 지정학 급변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은 ESG와 관련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 때에도 ESG 규제가 미국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줄곧 주장했다. 게다가 미국은 세계 최대 화석연료 매장국이라는 지위를 최대한 활용해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손에 쥐려 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를 통과하는 EU-러시아 천연가스관을 잠근 사례는 미국의 전략이 들어맞고 있음을 방증한다.

독일 등 러시아산 가스 의존율이 높은 EU 국가들은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동안 지구를 살리는 기후 테크로 각광받았지만, 상용화에 막대한 돈이 필요한 수소환원제철, 탄소포집기술(CCS) 등 신기술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ESG 흐름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청정에너지 전환에 대한 압력은 가중되고 있다”며 “에너지 전환은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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