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물선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대만의 해저케이블을 파손했다고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이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만 통신사 중화텔레콤은 지난 3일 오전 7시 51분께 자사의 해저케이블에서 장애 신호를 감지해 해양순찰서(해경)와 국가통신전파위원회(NCC)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대만 해경은 즉각 함정을 출동시켜 신베이시 북부 7해리(약 13㎞) 해역에서 케이블을 파손한 것으로 의심되는 카메룬 선적 화물선 ‘순신 39호’(SHUNXIN 39)를 발견해 지룽항으로 돌아오라고 통보했다. 국제 화물선은 세금과 규제 등 이유로 배의 국적을 해외에 등록하는 '편의치적'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해경이 현장에서 증거를 수집하고 조사를 벌였으나 이 선박은 기상악화로 인해 오랫동안 지룽항 외항 정박지에 머물지 못하겠다고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선박은 이미 한국으로 항해한 상태로 알려졌다. 교통부 항만국은 이 선박이 한국에 입항하면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만 일각에선 해당 화물선이 닻을 내린 후 해저 케이블을 끌고 가는 수법으로 고의로 시설을 훼손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대만의 대외 통신을 두절시키는 ‘정보 봉쇄’ 테스트를 했다는 주장이다. 대만은 외국과의 인터넷 데이터·음성 트래픽의 95%를 14개 해저 케이블에 의존한다. 2023년 2월에도 대만 본섬과 북서부 섬 마쭈다오 사이 해저케이블 2개가 중국 어선·화물선에 의해 절단됐다. 중국은 최근 정규군이 아닌 민병대나 무장한 민간 어선 등 비전통적 수단으로 외국 기반 시설을 공격하는 등의 회색지대 전술을 시험하고 있다.
최근엔 스웨덴과 리투아니아 간 발트해 해저 케이블이 돌연 절단됐고, 추적에 나선 덴마크 해군이 가해 선박으로 지목된 중국 벌크선 이펑 3호를 발견해 스웨덴 해경에 넘겼다. 이 선박은 자동식별장치를 끈 채로 닻을 내리고 180㎞ 이상 항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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