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머니매칭 vs 능력매칭

입력 2025-01-05 17:13   수정 2025-01-0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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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전년 대비 18만 명 줄어 25개월 연속 감소했고, 20대 ‘쉬었음’ 인구는 6만5000명 증가해 청년 고용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반면 지난해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는 300인 미만 사업체의 인력 부족이 48만3000명에 달해 청년 실업과 기업의 인력난 간 격차가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24 교육지표’에 따르면 한국 청년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9.7%로 OECD 1위지만, 정작 기업들은 경력직 수시 채용을 선호해 대졸자 정기 공채 기회가 줄고 있다. 그 결과 청년들은 첫 일자리를 얻기 위해 평균 12개월 동안 외국어, 코딩, 자격증 등 스펙 쌓기에 몰두한다. 서울과 대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은 지방 중소기업과의 일자리 미스매치를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매칭을 위해 다양한 지원금 정책을 시행 중이다. 청년 근로자를 6개월 이상 고용한 사업주에게 최대 72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 일자리 도약장려금’에 작년 6078억원을 투입했고, 올해는 18개월 이상 근속 청년에게 최대 48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신설해 7772억원을 배정했다. 이외에도 ‘일자리 채움 청년지원금’ 등 청년고용을 장려하는 여러 지원금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런 지원금은 주로 단기 고용을 유도하는 데 그치며 지원금 종료 후 고용이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청년들은 적성에 맞지 않는 스펙 쌓기에 시간을 낭비하고, 기업은 직원의 잦은 퇴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정부 정책이 청년의 역량과 기업의 직무를 맞추기보다는 지원금 중심의 ‘머니매칭’에 치중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약 10년 전부터 청년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차원에서 ‘능력매칭’의 혁신적 접근을 도입했다. 어니스트앤드영, 유니레버, 딜로이트,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AI)과 신경과학을 활용한 ‘게임 기반 평가’(GBA·Game Based Assessment)를 통해 학력 대신 의사소통, 문제 해결, 팀워크, 창의력, 대인관계, 스트레스 대처 능력 등 소프트 스킬을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한다. GBA는 청년들의 잠재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직무에 맞게 매칭한다.

미국이 능력매칭을 통해 청년고용 문제를 해결한 배경에는 록펠러재단의 ‘임팩트 채용’(Impact Hiring) 연구가 있다. 이 연구는 GBA로 고졸 청년이 대졸자와 동등한 잠재력을 지닐 수 있음을 입증하며, 학력에 불리한 이들도 직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2010년대 중반부터는 AI 활용 평가 스타트업이 등장해 기업들이 직무에 맞는 평가 도구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도 구축됐다.

‘머니매칭’은 금전적 혜택을 통해 일시적 고용을 유도하는 데 그치지만, 데이터 기반 예측 분석을 통한 ‘능력매칭’은 청년에게 적성에 맞는 직무를 제공하고 기업은 다양한 인재 풀에서 적합한 인재를 선발해 장기적 고용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학력, 경력, 전공 장벽을 허물어 고용기회 불평등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 등 사회 변화에 맞춰 청년고용 문제에 대한 정부의 철학과 정책 방향에도 전환이 필요하다.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혁신적인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기업은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AI 기반 평가 기업 스타트업이 창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다행히 직무에 최적화한 능력매칭 및 다양한 GBA 개발은 한국의 연구 역량과 기술 수준으로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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