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리보단 시간싸움?…與野, 주말내내 '내란죄 배제' 공방

입력 2025-01-05 18:05   수정 2025-01-06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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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탄핵소추단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 혐의를 철회하기로 한 데 대해 정치권에서 주말 내내 공방이 벌어졌다. 형사 재판으로 치면 검찰이 공소장(탄핵소추의결서)을 변경하겠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국회 재의결이 필요한지가 쟁점이다. 이는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는 여야의 정치 셈법과 직결돼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려 향후 탄핵심판 과정에서 치열한 논리 다툼이 예상된다.

국회 측은 지난 3일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 윤 대통령의 형법상 내란 혐의를 탄핵소추 사유에서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는 탄핵소추 사유를 크게 내란(형법 위반)과 비상계엄 선포(헌법·계엄법 위반)로 들었는데, 이 중 내란 부분을 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을 중심으로 탄핵심판이 이뤄진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면서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보다 내란을 앞세워왔다. 최대 형량이 사형인 ‘내란 수괴(우두머리)’라는 점을 부각하며 탄핵 당위성을 주장해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4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킬 때는 내란죄를 전면에 내세우고, 탄핵심판에서는 내란죄를 뺀다면 탄핵 절차를 우습게 만드는 것”이라며 “헌재는 졸속으로 작성된 탄핵소추문을 각하하고 제대로 된 소추문을 국회가 재의결해야 한다”고 했다. 박수민 원내대변인도 “전국에 현수막을 걸며 내란죄를 선동하더니, 슬그머니 내란죄를 내려놨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국회 측이 탄핵심판을 서둘러 조기 대선을 이끌고, 이를 통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시계’를 위한 내란죄 제외에 대해 궁색한 변명을 그만하라”고 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무식한 주장”이라며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탄핵소추위원인 이용우 민주당 법률위원장은 통화에서 “탄핵심판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따지지 않겠다는 것일 뿐 내란 행위의 위헌 여부는 그대로 다뤄진다”고 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국회 탄핵소추단을 이끈 권 원내대표를 겨냥해 “정신착란적 주장을 한다”(한민수 대변인)고도 했다. 당시 국회 측이 박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 중 일부인 뇌물죄, 강요죄 등 형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말자고 한 점을 거론한 것이다. 민주당은 “당시에도 재의결 없이 탄핵소추단이 탄핵 사유서를 재정리했다”고 했다.

법조계 주장도 갈린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의 소추 사유 판단은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게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의 결정 요지”라며 재의결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 전 대통령 사건에서 뇌물·강요는 여러 사유 중 극히 일부였지만 윤 대통령 사건에서는 내란이 핵심”이라며 재의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 교수는 “민주당이 내란죄를 탄핵소추안에 넣은 건 계엄 사태 초반 사안의 중대성을 대중에게 최대한 부각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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