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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와 2조원대 정부 보안 통신망 구축 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당국은 정부가 사용하는 전화 및 인터넷 통신망의 보안을 최고 수준으로 강화하기 위해 스페이스X와 15억유로(약 2조3000억원) 규모 계약을 논의 중이다. 추진되는 계약의 기간은 5년이다. 계약이 체결되면 유럽 내 스페이스X의 최대 규모 프로젝트가 될 전망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계약에는 지중해 일대의 군 통신 서비스와 함께 테러·자연재해 등 비상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이렉트 투 셀'(Direct to Cell) 위성 서비스 도입이 포함돼 있다. '다이렉트 투 셀'은 기지국을 거치지 않고 저궤도 위성과 휴대기기가 직접 통신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현재 협상은 진행 중이며 최종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이탈리아 정보기관과 국방부는 이미 승인 절차를 마친 상태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같은 소식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전날 미국 플로리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만난 직후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협상이 한동안 교착 상태에 있었지만, 멜로니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이후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첫 집권 당시 자신을 미국 사업을 위한 '최고 세일즈맨'으로 묘사하며 고위급 회의를 미국 기업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계약은 2023년 중반부터 검토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이탈리아 정부 관료들은 스페이스X의 서비스가 국내 통신업체들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는 이미 통신 산업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지난해 이탈리아 최대 통신사 텔레콤이탈리아는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자사의 유선 네트워크를 미국 사모펀드 KKR에 220억유로(약 31조원)에 매각했다. 유럽 주요 국가의 대형 통신 사업자가 유선망을 매각한 첫 사례다.
한편 CNN방송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가 미국 3대 항공사 중 하나인 유나이티드항공까지 확대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스타링크 서비스 도입 계획을 발표했던 유나이티드항공은 다음 달 기내 테스트를 시작하고 올봄부터 일부 지역 항공기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후 올해 말까지 주요 노선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유나이티드항공의 '마일리지플러스' 회원들은 기내에서 무료로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CNN은 "머스크 CEO의 영향력이 미국 경제의 다양한 산업 분야로 점점 더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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