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문건 있다" 알고보니…클릭한 순간 이미 늦었다 [김형수의 서민 울리는 범죄들]

입력 2025-01-07 07:00   수정 2025-01-0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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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2025년 을사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뱀의 지혜를 닮아 나라와 국민이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욱 도약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해는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정말 혼란스러웠습니다. 특히 연말에 정치적 사태와 대형 인명피해까지 발생해 국민들의 불안한 심리가 더욱 가중되었습니다.

혼란한 상황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범죄, '보이스피싱'이 최근에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급기야 "비상계엄 관련 방첩사령부의 계엄문건을 확보했다"고 문자 메시지나 메일을 발송해 첨부된 문서파일을 열면 휴대폰·컴퓨터에 악성코드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유해 사이트로 개인정보를 빼내는 수법까지 나오는 지경입니다. 연말연시는 가뜩이나 세금 납부 사실 확인이나 연하장·선물배송 등을 위장한 피싱 범죄가 집중되는 시기입니다.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파생 범죄 '우수수'
피싱 범죄는 사회 상황과 기술 발전에 맞춰 그 수법이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이나 금융당국 직원을 사칭해 예금을 인출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보이스피싱에서 서민과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대출이나 구매대행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주머니 사정을 악용한 피싱 범죄도 있습니다. 최신 인공지능(AI)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가족 얼굴을 합성한 영상으로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수법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보이스피싱은 사기죄 이외에 여러 범죄를 파생시킵니다. 주로 외국에 거주하는 총책을 비롯해 기망책(콜센터), 현금 인출책 모두 사기죄의 공범입니다. 보이스피싱에 이용되는 계좌 즉 대포통장을 양도·유통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를 적용합니다. 또 유령법인 명의 계좌 개설 및 유통 행위는 공정증서원본 등의 부실기재죄 및 동행사죄가, 휴대폰 유심칩을 유통하는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죄가 성립합니다.

보이스피싱으로 얻은 범죄 수익금을 현금이나 가상자산 등으로 은닉해 추적하기 어렵게 자금을 세탁할 경우 사기죄와 별도로 범죄수익은닉법위반죄가 성립합니다. 만약 보이스피싱 범죄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밝혀진다면 범죄단체로 의율되어 가중처벌까지 합니다.

검·경도 수사·처벌 한계
수사기관은 한해 수천억 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대표적인 민생침해사범으로 보고 엄단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중입니다. 검찰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양상이 조직범죄화하는 점에 주목해 대검찰청 강력부 조직범죄과에서 일선 검찰청 수사를 지휘하고 있습니다. 2022년 7월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는 검찰, 경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등으로 이뤄진 보이스피싱범죄정부합동수사단이 꾸려져 대규모 조직적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직접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경찰 또한 일선 경찰서 수사과와 시도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물론 인터폴을 통한 국제 수사 공조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검사로 재직 중이었을 때 하루 사법경찰관이 신청하는 계좌추적영장·통신영장의 절반 이상이 보이스피싱 범죄였을 정도로 수사력의 상당 부분을 보이스피싱 범죄 엄단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다만 보이스피싱 범죄는 총책이나 콜센터가 대부분 외국에 있어 우리나라의 수사권이 미치기 힘들고, 가담자끼리 점조직화해 비대면 피싱 범죄로 진화하는 등 피해자가 범죄자의 인적 사항을 전혀 알 수 없어 추적이 어렵습니다. 피해금을 송금하자마자 곧바로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암호화폐로 옮겨버려 은닉하기 때문에 범죄 수사 및 피해금 회수도 쉽지 않습니다.

보이스피싱으로 처벌받는 범죄자 대부분은 현금 인출책이나 대포통장·대포폰 개설책입니다. 사법기관도 이들에 대한 양형기준을 상향해 과거보다 더욱 엄하게 실형을 선고하고 있을 뿐입니다. 오죽하면 피해자가 직접 외국에 가서 범죄자들을 붙잡는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니까요.

'예방' 힘쓰는 당국
2006년경 보이스피싱 범죄가 최초 발생한 이후 매해 3만여건, 수천억 원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수사 및 피해보상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금융당국은 각종 제도를 개선해 범죄 피해 예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른 사기이용계좌 지급정지 제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현금입출금 한도액 제한 및 지연인출 제도 △비대면 입출금계좌 20일간 추가 개설 제한 제도 △대포폰 개설 방지를 위해 1인당 한 달 이내 최대 3회선으로 통신회선수 제한 제도 등이 만들어진 이유입니다.

경찰청은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언론이나 인터넷에 주의보를 게시하는 등 캠페인을 벌이고, '경찰청 시티즌코난 앱'을 개발·배포해 피해 예방을 돕고 있습니다. 검찰청에서도 검사 사칭 범죄를 막기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콜센터를 설치해 검사 사칭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혼란할수록 더욱더 범정부 차원에서 고령층이나 경제적 취약계층이 피해자인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수사와 피해 예방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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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법무법인 남산 변호사ㅣ 성균관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상사법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제40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제30기 사법연수원을 마쳤다. 검사로 임관해 법무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2019년 대검찰청 '서민다중피해범죄 대응 TF' 초대 팀장을 역임했다. 2024년 6월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을 마지막으로 22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치고 법무법인 남산에 합류했다. 기업 자문과 더불어 지식재산권, 식품·의약, 건설·부동산, 가상자산 등 관련 형사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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