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6일 17:2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유럽 자전거 회사인 악셀그룹 대주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평판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악셀그룹 채무탕감 과정에서 KKR은 대주주로서 자구노력은 쏙 뺀채 대주단의 희생만 강요하면서 반발을 키웠다.이들 대주단은 KKR 펀드 모집에 참여하지 않는 등 'KKR 보이콧'에 나설 방침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KR이 대주단과 채무재조정 갈등을 빚은 '악셀 사태'를 계기로 국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주단으로 참여한 국내 금융사 대부분 KKR이 조성한 펀드에 자금을 출자한 경험이 있거나 잠재적인 출자자(LP)라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한 대주단 관계자는 "이번 악셀 인수금융 사태로 KKR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며 "KKR이 한국에서 추후 펀드레이징에 나설 경우 절대 출자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번 거래는 해외 대형 딜에 국내 금융사들이 대거 참여해 주목을 받았었다. 수협중앙회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신한캐피탈 KB증권 DB손해보험 한국투자증권 하나은행 국민은행 등 11곳이 대출금 2000억원을 책임졌다. KKR은 2022년 악셀그룹을 15억6000만유로(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61%인 9억5500만유로(약 1조4000억원)에 대해 인수금융을 일으켰다.
KKR과 대주단은 앞서 지난달 기존 부채의 40%를 탕감하는 내용의 자율구조조정지원(ABS) 안을 도출했다. 채무재조정 논의에 착수한 지 반 년 만이다. 국내 금융사들은 원활한 대출 회수를 위해선 채무 감축이 불가피하다 판단하고 KKR이 제시한 감축안에 동의했다. 이들은 지난해 연말 상각처리를 통해 악셀 인수금융에 대한 투자분을 결국 손실로 인식했다.
합의안은 도출했지만 KKR에 대한 대주단의 반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이들은 KKR이 채무재조정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고 말한다. 대주단의 우려에도 부실 논란을 일축하며 안심시켰다가 뒤에선 법률과 재무자문을 받으며 채무재조정을 준비한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그 후 불과 몇 주 만에 입장을 번복했고 대주주만 고통을 감수하는 조정안을 제시하며 반발을 키웠다.
사후 처리까지 공분을 샀다. 영국 KKR 관계자가 지난달 국내 금융사들을 찾아와 사과의 뜻을 전했는데 채무 탕감이 확정되고 나서야 신뢰 회복과 거래 재개를 신경쓰는 모양새라 '사후약방문'이란 비판을 키웠다.
다른 대주단 관계자는 "KKR은 채무재조정안을 도출해내는 과정 내내 대주단과 직접 소통을 피하며 재무자문사나 법무법인을 통하란 입장을 일관했다. 탕감안이 도출되기 전까진 섣불리 사과했다가 법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기 때문"이라며 "리스크가 해소되니 뒤늦게 관계 개선을 말하고 있어 진의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KKR의 국내 영업도 타격을 입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번 거래는 KKR 한국법인에서 펀딩을 담당하는 부서인 KCM(KKR Capital Market)이 주선했다. KCM은 추후 펀드레이징에 나섰을 때 출자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주요한 금융사 위주로 악셀에 투자할 기회를 줬지만 막상 사태가 터진 뒤엔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