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일용직서 회장까지…입지전적 '아트 거인' 퇴장

입력 2025-01-06 18:32   수정 2025-01-07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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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예술품 경매시장의 판도를 바꾼 ‘거인’이 퇴장한다. 세계적인 경매사 필립스옥션을 이끌어온 에드워드 돌먼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65)가 11년 만에 필립스옥션을 떠난다. 돌먼 회장은 필립스옥션을 글로벌 ‘투톱’ 소더비와 크리스티에 견주는 옥션하우스로 키운 ‘경매 베테랑’이다. 후임은 마틴 윌슨 최고법무책임자(CLO)가 맡는다.

필립스옥션은 윌슨 CLO를 신임 CEO로 선임했다고 6일 발표했다. 그동안 경영을 책임지던 돌먼 회장은 오는 5월까지 회장직을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필립스옥션 측은 “돌먼 회장은 자문 역할로 계속 협력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관계를 지속할 것이란 뜻을 밝혔다. 앞서 아트뉴스페이퍼 등 해외 미술매체들에 따르면 돌먼 회장은 지난달 성명을 통해 “지난 10년을 필립스에서 보낸 지금 예술세계에 참여하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때”라고 했다.

돌먼 회장은 경력 대부분을 경매업계에서 보낸 전문가다. 20대에 크리스티 가구 부문 일용직 근로자로 입사해 39세인 1999년 회장직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유명하다. 11년간 크리스티 회장으로 재직할 때 2000년대 들어 미술 붐이 일기 시작한 중국 등 아시아 신시장을 공략해 소더비를 제치고 크리스티를 글로벌 1위로 올려놓기도 했다.

2014년 필립스옥션 CEO로 부임한 돌먼 회장은 홍콩에 경매 홀을 개설하고, 아시아 본부를 설립하는 등 아시아 시장 확대 전략을 내세우며 시장 점유율을 키웠다. 2018년엔 서울 사무소를 개설해 발 빠르게 한국 컬렉터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미술품뿐 아니라 시계, 보석, 디자인 등 사업 동력을 고급 생활양식 전반으로 다각화하며 코로나19 이후 막대한 유동성이 풀린 럭셔리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돌먼 부임 첫해 3억9800만달러이던 필립스옥션의 매출은 2022년 13억달러로 약 세 배로 증가했다.

2021년 회장에 오른 돌먼 회장은 후임인 스티븐 브룩스 전 CEO가 지난해 1월 돌연 사임하며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미술시장도 한파를 맞으면서 필립스옥션 역시 매출에 타격을 받는 등 실적 부진 우려가 커지자 구원투수로 재등판한 것이다. 윌슨 신임 CEO는 “그의 사업 능력과 조직의 모든 구성원에게 영감을 주는 리더십을 직접 목격했다”며 “돌먼의 뛰어난 경력은 경매계에 길이 남을 유산”이라고 말했다.

미술시장 불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필립스옥션은 돌먼 회장의 부재를 외부인사 영입 대신 내부 승진으로 메웠다. 윌슨 신임 CEO는 글로벌 미술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30년간 경력을 쌓은 미술 관련 법률 전문가다. 2018년 필립스옥션에 CLO로 합류했고, 2019년부터 집행이사회 임원으로 글로벌 법률 및 준법 업무를 총괄해왔다. 필립스옥션 측은 “윌슨 신임 CEO의 미술시장에 대한 이해와 경영 능력은 필립스옥션의 혁신과 글로벌 확장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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