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벤처투자의 힘…美경제 강세 지속될 것"

입력 2025-01-06 18:28   수정 2025-01-07 01:07

지난 3~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5 미국경제학회(AEA)’ 연례총회를 뜨겁게 달군 주제는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이유’였다. 미국 경제는 관세 부과와 재정적자, 마지막 구간에서 식지 않는 인플레이션 등 리스크에 쌓여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 가운데 높은 성장률을 보여서다. 경제학자들은 기술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투자 문화와 그 결과물인 인공지능(AI) 등을 요인으로 꼽았다.

AEA 마지막 날인 5일 만난 정광수 존스홉킨스대 교수(한미경제학회 회장)는 “다른 선진국의 실물 경제가 좋지 않은 가운데 AI를 필두로 한 미국 매그니피센트7(M7) 기업이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다”며 “큰 밴드왜건이 지나가고 있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밴드왜건 효과란 사람들이 유행에 동조하거나 다수의 선택을 따르는 현상이다. AI 기술의 파급력이 알려지고 여기에 빅테크가 뛰어들자 전 세계 투자자도 덩달아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미국에서 민간의 AI 투자는 2017년 이후 급증했다. 투자 규모가 감소한 다른 주요국과 달리 2023년에도 전년 대비 22.1% 증가하며 670억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도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년 미국 GDP 증가율을 독일(0%), 영국·프랑스(1.1%)보다 높은 2.8%로 추정한다.

장유순 인디애나주립대 교수(전 한미경제학회 회장)는 미국만 가진 독보적 투자 문화도 미국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버드대 벤처투자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장 교수는 “대학생들이 아이디어와 관련한 투자를 받기 위해 벤처캐피털을 찾아다니는 게 일상”이라며 “투자자들 또한 작은 아이디어에도 리스크를 감수하고 돈을 내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월별 창업 신청 건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30만 건 이하였지만 팬데믹 직후 50만 건 가까이 올랐다가 최근 40만 건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경제학회에서 이뤄진 AI와 관련한 논의는 챗GPT 활용법을 논의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AI 기술이 향상하면서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소개됐다. 수전 애시 스탠퍼드대 교수는 “AI 기술이 소비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스마트폰 등 하드웨어 업체가 (AI 기업 견제를 위해) AI 서비스를 허가하지 않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그는 AI 관련 서비스 가격이 높게 책정되면 다양한 사람이 혜택을 보기 힘들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미국경제학회에서도 AI가 일으키는 경제적 효과를 책정할 방법론은 제시되지 않았다. 정 교수와 장 교수 모두 산업혁명부터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신기술이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수치를 책정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는 점을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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