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막히고 美中 갈등…컨선 대형화 제동

입력 2025-01-06 17:36   수정 2025-01-07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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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컨테이너선 대형화 추세에 제동이 걸렸다. 서방 주요국이 ‘세계의 공장’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면서 초대형 선박 발주를 줄이는 대신 중형 선박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예멘 후티 반군의 위협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수에즈 운하 통항에 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중국에 대한 무역 규제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향후 중형 컨테이너선 운송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탈출하는 제조업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해운사에 인도되는 규모 1만7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이상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6척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 중개 업체 브레머가 집계한 2020년 인도된 초대형 선박은 17척이었다. 반면 올해 1만2000∼1만6900만TEU의 중형 컨테이너선은 2020년의 17척보다 다섯 배가량 급증한 83척이 인도된다.

중형 선박 발주가 늘어난 것은 중국·미국 간 태평양 항로와 아시아·유럽 간 교역에 투입되는 초대형 선박 수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국의 셧다운으로 물류 쇼크를 겪은 주요국은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으로 생산기지를 다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들 지역은 상대적으로 선적량이 적고 초대형 선박이 입항할 수 있는 항구도 많지 않다. 해운사들은 빠른 시장 대응을 위해 중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늘렸고, 최근 컨테이너선이 속속 인도되고 있다. 보통 선박을 주문해 인도하는 데 약 3년이 걸린다.

중형 선박 증가는 컨테이너선 대형화가 계속된 팬데믹 이전과 정반대 흐름이다. 10년 전까지 1만2000∼1만6900TEU급 컨테이너선이 초대형으로 여겨졌으나, 2010년대 후반에는 미국 해군 항공모함 만재 배수량의 두 배에 달하는 2만TEU급 컨테이너선이 등장했다. 컨테이너선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한계인 2만4000TEU급까지 체급을 키웠다.
중형 선박 운항 비중 늘어난다
업계에선 중형 컨테이너선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면 제조업 공장의 중국 탈출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출발한 뒤 한국·일본을 들러 미국 서부로 가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가득 채우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운사들의 규모 경쟁도 악재다. 세계 최대 해운사 MSC는 중국 다롄과 상하이 등의 조선소에 컨테이너선 수십 척을 주문해 인도를 기다리고 있다. 해운정보 기업 제네타의 피터 샌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초대형 선박을 운영할 경우 이를 가득 채울 화물이 있어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도 유럽행 항로의 초대형 선박 수요에 타격을 줬다. 중국발 유럽행 컨테이너선이 홍해 대신 희망봉으로 돌아가면서 운송 기간이 대폭 늘어 배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큰 배가 중간에 화물을 싣기 위해 다른 항구를 경유하면 운송 기간이 과도하게 늘어난다. 영국 로펌 HFW의 윌리엄 맥라클란 선박 자문 변호사는 “작은 선박이 거시 경제 이벤트에 더 쉽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 규제도 요인으로 꼽힌다. 유럽연합(EU)에서는 총톤수 5000t 이상의 선박은 배출하는 온실가스만큼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중견 해운사들은 선박에 대한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친환경 대체 연료의 공급도 한정돼 있어 초대형 선박 발주를 망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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